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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잡는 '탐지기'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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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얼마 전 지방의 한 병원장은 보험설계사.가입자와 짜고 특정 질병을 허위로 진단하거나 재해사고를 가장해 장기 입원시키는 방식으로 65억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이들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60회나 보험사기를 저질렀다.

주부 나모(44)씨는 친구들과 앞조와 뒷조로 나누어 골프를 치면서 뒷조가 공을 치면 앞조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캐디를 심부름 보낸 뒤 홀컵에 미리 준비한 골프공을 넣어 홀인원을 가장했다. 이들은 이 같은 방법으로 6회에 걸쳐 6000만원의 홀인원 축하보험금을 타냈다.

앞으로는 이 같은 방식의 보험사기가 발붙이기 어렵게 됐다. 삼성생명과 현대해상이 전산망을 활용한 보험사기 방지 시스템을 업계에 처음 도입하기로 했다. 삼성생명은 9월 23일부터, 현대해상은 연내에 도입할 예정이다.

보험사들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으로 보험사기 적발률이 3~5배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사고처리 담당자들이 주관적 판단으로 보험사기 혐의자들을 가려내 명확한 기준 없이 사기 여부를 조사해 왔다.

삼성생명의 시스템은 고객이 보험금을 신청하면 고객의 개인성향, 보험가입 건수 등 200여 가지 항목을 분석해 점수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신용평가사 등이 평가한 개인의 신용도.소득.직업 등도 분석 자료에 포함된다. 분석 결과 허위 신청 가능성이 크다고 판정되면 정밀심사로 돌린다. 삼성생명은 이를 위해 정밀심사 인원 400여 명을 확보해 뒀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 시스템을 가동하면 보험사기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상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한 고객은 보험금을 지금보다 더 빨리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해상도 보험사고가 접수되면 사기의 가능성이 있는지 먼저 점검할 예정이다. 주요 점검 목록은 ▶보험사기로 적발된 경력▶보험사고 건수▶보험계약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 등이다. 항목별로 점수를 매겨 일정 점수 이상이면 보험사기 전문가로 구성된 보험조사부로 사고를 배당한다. 현대해상은 심층조사 대상으로 분류된 사례를 정보 시스템에 통합 관리해 향후 비슷한 사고를 분석하는 데 활용키로 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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