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연합훈련 중단?…북한 오해했나, 알면서 문제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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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연합)군사연습중지는 판문점 조미 수뇌상봉 때도 거듭 확약한 문제다”(16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
“(북한이)자신들의 이해 관계에 부합하는 쪽으로 해석했을 수 있다”(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 21일 폭스뉴스 기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둘째)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호 북한 외무상,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사진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둘째)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호 북한 외무상,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사진 뉴스1]

북한이 다음 달 예정된 한ㆍ미 연합훈련을 문제 삼아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훈련 중단 약속을 둘러싼 양측의 주장이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 16일 담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훈련 중지를 약속했다”는 주장에 미국 관계자들이 반박하고 나서면서다. 단, 북한은 미국과 협상 당사자인 외무성이 직접 나선 반면, 미국은 “당국자들이 그런 일 없다고 하더라”는 식으로 장외 설전 방식을 택한 게 차이다. 최종건 국가안보실 평화기획비서관도 20일(현지시간) 미국 애스펀 안보포럼에서 “내가 아는 한 (지난달 30일 판문점 북미 회동에서) 연합훈련을 중단하는 논의는 없었다”며 “군사연습 취소를 약속했다면 (미국이)한국 정부와 상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판문점 회동 때 중단 약속" #미 전문가 "북한이 잘못 해석한 듯" #타결 없으면 비핵화 협상 늦어져

이때문에 북한의 '군사연습 중지 약속' 주장을 놓고 북한이 비핵화 실무 협상에서 앞서 시간벌기용 카드로 들고 나왔거나 아니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자기 식으로 오해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북한의)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며 “김정은과 그의 참모들은 전에도 그랬듯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쪽으로 (잘못) 해석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판문점 회동에 정통한 소식통은 “판문점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가 유지되는 한 대규모 또는 공세적 훈련을 제한한다는 수준의 언급이 있었던 걸로 안다”며 “하지만 이는 모든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뜻이 아니고,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때 훈련을 중단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판문점 회동 때 미국 측의 얘기를 ‘오해’했다기 보다는 진의를 알면서도 자신들의 뜻에 맞게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참석한 회동에서 나온 얘기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군사훈련을 문제 삼으면서 판문점 회동 때 약속했던 수주 내 실무협상 개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북한이 자신들의 주장을 공식적인 수단으로 대외에 발표하기까지 수차례의 검토를 하고 김 위원장의 결심을 받은 뒤 진행한다”며 “하노이 회담 때 처럼 무오류성에 흠집이 갈 수 있기에 설령 자신들의 주장이 잘못됐더라도 아무렇지 않은 듯 실무협상에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용필 유엔주재 차석대표가 이달 들어 두 차례 평양을 방문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지만 실무협상 일정이나 장소를 확정하지 못한 것도 한ㆍ미 연합훈련에 부정적인 평양의 기류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따라서 뉴욕 등에서 양측의 물밑접촉을 통한 봉합이 이뤄지지 않는 한 비핵화 협상 일정을 확정하는 게 쉽지 않으리라는 얘기가 많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야 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용수ㆍ이유정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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