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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생간·허브티 과일빙수...동물원의 여름특식 레시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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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동물원 제3아프리카관에서 수사자 레오(8)가 소의 피를 섞어 얼린 얼음에 국내산 닭고기와 호주산 소고기를 넣은 특식을 먹고 있다. 박해리 기자

19일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동물원 제3아프리카관에서 수사자 레오(8)가 소의 피를 섞어 얼린 얼음에 국내산 닭고기와 호주산 소고기를 넣은 특식을 먹고 있다. 박해리 기자

“레오, 레오!”

19일 찾은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동물원 제3아프리카관에서 고범석 사육사가 호루라기를 불며 이름을 외치자 갈기가 풍성한 수사자 레오가 나타났다. 올해 8살인 아프리카 사자 레오는 냄새를 맡으며 먹이에 다가갔다. 레오는 소의 피를 섞어 얼린 얼음에 국내산 닭고기와 호주산 소고기를 넣은 특식을 맛있게 먹었다.

19일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동물원 제3아프리카관에서 수사자 레오(8)가 소의 피를 섞어 얼린 얼음에 국내산 닭고기와 호주산 소고기를 넣은 특식을 먹고 있다. 박해리 기자

19일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동물원 제3아프리카관에서 수사자 레오(8)가 소의 피를 섞어 얼린 얼음에 국내산 닭고기와 호주산 소고기를 넣은 특식을 먹고 있다. 박해리 기자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이날 폭염에 지친 동물들을 위해 다양한 여름 특식을 제공했다. 이날 기온은 32도, 체감온도 34도로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는 무더운 날씨였다. 더위에 지친 동물들은 특식을 먹으며 더위를 식혔다.

19일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아기 코끼리 희망이가 여름 특식을 먹고있다. 박해리 기자

19일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아기 코끼리 희망이가 여름 특식을 먹고있다. 박해리 기자

우리에는 레오 외에도 8마리 사자들이 함께 지내고 있다. 이들은 소고기를 넣은 에뮤 알, 나무에 걸어놓은 얼린 사골과 우족, 사슴뿔을 꽂은 채로 얼린 얼음 등 동물원에서 준비한 다양한 특식을 즐겼다. 고 사육사는 “평소 사자들은 사람들이 먹는 것과 비슷한 퀄리티의 생닭이나 소고기를 먹는데 여름에는 차갑게 얼려서 특별하게 준비한다”며 “평소 한 마리당 하루에 고기 3.5kg씩 먹는다”고 말했다.

올해 세 살 된 아기코끼리 희망이와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54세 할머니 코끼리 사쿠라도 더위가 힘든 건 마찬가지다. 코끼리는 파인애플·사과·바나나·참외를 넣어 얼린 얼음을 발로 부순 후 코로 집어 먹었다. 실한 수박 한 통도 발로 한번 누르자 갈갈이 쪼개졌다. 희망이는 단단한 껍질은 안 먹고 빨간 과육 부분을 깨끗이 발라 먹었다. 어경원 서울대공원 동물원장은 “코끼리는 비교적 더위에 잘 적응한 동물이고 피부도 두꺼워 사람 피부처럼 쉽게 마르지 않는다”며 “피부에 물을 뿌리면 물이 증발하면서 시원하게 느낀다. 여름에는 특식과 함께 샤워를 자주 시켜 건강 관리를 한다”고 말했다.

19일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2살 쌍둥이 반달가슴곰 아웅(암컷)이와 다웅(수컷)가 얼린 한우 생간 특식을 먹고있다. 박해리 기자

19일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2살 쌍둥이 반달가슴곰 아웅(암컷)이와 다웅(수컷)가 얼린 한우 생간 특식을 먹고있다. 박해리 기자

알락꼬리원숭이에게는 특별한 특식이 준비됐다. 평소 먹는 과일보다 더 당도가 높은 파인애플·체리·키위 등을 붉은 색상의 허브차와 함께 얼려서 제공한다. 이 허브차는 체리 향과 블루베리 향이 나는 것으로 사람들이 먹는 것과 같은 티백을 사용해 우렸다. 이 차는 영국에서 들여온 고릴라가 현지에서 자주 먹던 것으로 처음에는 이 고릴라를 위해 구매한 것이다. 이후 침팬지나 원숭이에게도 제공하며 매년 5~6가지 다른 맛을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고 있다. 침팬지 등에게는 차를 얼려서 페트병째로 주면 직접 병을 들고 얼음을 녹이거나 깨 먹는다. 겨울에는 차를 따뜻한 물에 우려 오트밀을 섞어 준다.

19일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하이에나들이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서 거품목욕을 즐기고 있다. 김온슬 사육사는 "해외에서 하이애나 거품목욕 해주는 것을 유튜브로 봐서 아이디어를 냈다"며 "과일향이 나는 순한 아기용 입욕제를 직접 외국에서 직구해서 장미꽃과 함께 뿌려서 하이에나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줬다"고 말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사육사 제공]

19일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하이에나들이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서 거품목욕을 즐기고 있다. 김온슬 사육사는 "해외에서 하이애나 거품목욕 해주는 것을 유튜브로 봐서 아이디어를 냈다"며 "과일향이 나는 순한 아기용 입욕제를 직접 외국에서 직구해서 장미꽃과 함께 뿌려서 하이에나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줬다"고 말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사육사 제공]

호랑이와 반달가슴곰의 특별식은 차가운 한우 생간이다. 작년에 태어난 아기호랑이 백두·한라·금강·태백은 사육사가 던져준 얼린 소고기와 생간을 서로 차지하려 다투었다. 백흥렬 사육사는 “여름에는 동물들이 기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활력을 주기 위해서 생간을 얼려서 한 달에 두세번 제공한다”고 말했다. 악력이 센 하이에나는 대나무 속에 소고기 얼린 것을 넣어 줬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에는 총 265종의 2700여 마리의 동물이 있다. 동물들의 사료는 사료제작실에서 따로 만든다. 각 동물의 특성과 영양 균형 등을 고려해 준비한다. 어 원장은 “야생 동물에게는 야생을 느낄 수 있게 얼음에 피를 넣는 등 사육사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며 “연일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데 생태적 특성에 맞도록 동물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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