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람의 시집은 이혜원이 해설에서도 밝힌바 ‘싱싱한 죽음’의 다양한 보여주기다.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었듯 그는 사람이지만 머잖아 그림자가 될, 풍경이지만 머잖아 벽걸이용 그림이나 달력이 될 죽음의 징후, 배후들을 아주 시원스런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삶에 있어 죽음에 대한 천착이 주가 되는 건 첫 시집을 낸 신인들의 주된 테마, 때문인지 이번 시집 속의 그는 삶보다도 죽음에 대한 상상과 성찰을 빈번하게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경직되거나 굳어버린 붓이 아닌 털끝에 물기가 늘 촉촉한 붓, 쓰고 있고 앞으로도 줄곧 써나갈 굳센 의지와도 같은 붓이다. 이를테면 잘리고 또 잘려도 계속 자라날 플라나리아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는 유연하고 그래서 자유롭고 그래서 건강하다.
■ 지은이 : 발렌
1968년 강원도 강릉 출생. 1998년 『문학사상』 신인 공모에 「수화(手話)」 외 3편이 당선되어 등단.
■ 정가 : 6,000원
(조인스닷컴 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