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람 시집 '낡은 침대의 배후가 되어가는 사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98년 『문학사상』으로 데뷔한 박해람의 첫 시집이다. 등단 8년 만에 펴내는 시집인 만큼 그가 기울인 공력은 빈틈이 없는데, 이는 무심한 척하지만 잠시도 시에서 눈과 숨결을 떼지 않는 그의 애정에서 비롯됨이 분명할 터다.

박해람의 시집은 이혜원이 해설에서도 밝힌바 ‘싱싱한 죽음’의 다양한 보여주기다.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었듯 그는 사람이지만 머잖아 그림자가 될, 풍경이지만 머잖아 벽걸이용 그림이나 달력이 될 죽음의 징후, 배후들을 아주 시원스런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삶에 있어 죽음에 대한 천착이 주가 되는 건 첫 시집을 낸 신인들의 주된 테마, 때문인지 이번 시집 속의 그는 삶보다도 죽음에 대한 상상과 성찰을 빈번하게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경직되거나 굳어버린 붓이 아닌 털끝에 물기가 늘 촉촉한 붓, 쓰고 있고 앞으로도 줄곧 써나갈 굳센 의지와도 같은 붓이다. 이를테면 잘리고 또 잘려도 계속 자라날 플라나리아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는 유연하고 그래서 자유롭고 그래서 건강하다.

■ 지은이 : 발렌
1968년 강원도 강릉 출생. 1998년 『문학사상』 신인 공모에 「수화(手話)」 외 3편이 당선되어 등단.

■ 정가 : 6,000원

(조인스닷컴 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