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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천하다 뒤처진 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아시아의 네마리 용」에서 , 드디어 「승천하는 용」 이 되는가 싶던 우리경제가 올들어 크게 뒤뚱거리고 있다.
성급한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우리경제는 이미 위기에 빠져버렸다고까지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특히 기업하는 사람은 정치 사회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경제만은 어떻게든 잘 굴러가도록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걱정이 태산이다.
우리경제를 이렇게까지 위기로 몰고간 주범은 뭐니뭐니해도 수출부진이다.
86년 42억달러, 87년 77억달러, 88년 1백14억달러-. 그야말로 승용의 궤적을 그렸던 무역흑자다. 그것이 지난 상반기 현재는 20억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실적이다.
민주화다 뭐다하는 와중에서 법과 질서가 붕괴되고 노사분규와 높은 임금인상등으로 가뜩이나 경영이 위축되고 있는 마당이다. 거기에 우리경제의 생명줄이랄 수 있는 수출마저 이렇게 둔화되니 「한국경제 위기설」 이 나도는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86년부터 3년동안이나 호조를 구가하던 수출의 이같은 급반전은 어떻게보면 변조다. 3회전까지 그렇게도 잘던지던 투수가 4회들어 갑자기 폭투와 프볼을 마구 내어주는 난조에 빠진 꼴이다.
오늘날의 수출부진은 임금인상으로 원가가 크게 상승했고 격렬한 노사분쟁으로 생산·출하가 모두 격감한탓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직접적인 이유는 3년동안 계속된 원고다.
85년만해도 9백원받고 수출하여 겨우 연명했던 것이 지금은 7백원도 못받고 있다. 수출도 어렴거니와 실사 수출을 한다해도 출혈수출이다. 승천하는 용이라는 칭찬에 홀려 제분수는 생각않고 환율을 마구 내린 결과다.
이때문에 환율로 표시되는 우리경제의 실력은 지난 3년동안 너무나 과대평가 되어버렸다.
골프에 비유한다면 85년5월현재한국겅제력은 핸디캡 17꼴인 89타(1달러=8백90원)수준이었다. 이핸디로 국제경기에 나가면 일본엔 일방적으로 졌지만 미국에만은 연전연승이었다. 우리핸디가 짜서라기보다 미국의 핸디가 과거의 실력만 믿고 너무 낮게 잡혀져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미국은 원화의 핸디를 대폭 낮추라고 압력을 가한다.
다른 약점이 많은 원화는 미국의 요구를 뿌리칠 수 없다. 86년엔 핸디를 셋 내렸다 (1달러=8백61원). 그래도 미국과의 경기에선 7천만달러의 혹자다. 미국의 압력은 더 거세진다. 87년엔 다시 일곱이나 핸디를 내렸다 (1달러=7백92원).
그래도 오히려 9천만달러의 흑자다. 화가 잔뜩 난 미국은 자기나라의 산업공동화는 생각않고 부가의 보도인 301조를 들고 나온다.
저작권에서 시작하더니 양담배·쇠고기까지 들이댄다. 작년엔 원화가 아예 노핸디, 프로경지에까지 이른다. 지금은 애버리지 5언더파(1달러=6백68원).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가위 세계적 수준이다.
이렇게 핸디가 내려가다보니 달러로 표시되는 국민소득 또한 요술을 부린다.
85년에 2천1백94달러이던 1인당 GNP가 86년엔 2천5백3달러, 87년엔 3천98달러, 그리고 작년엔 4천40달러로 한해걸러 1천달러 가까이나 껑충껑충 뛰었다. 86년이후 3년동안 무려 61·4%나 소득이 늘어난 꼴이다. 이것도 변조라면 변조다.
우리돈으로 보자. 85년의 1인당 GNP는 l백91만원. 그것이 86년엔 2백20만원, 87년엔 2백54만원, 그리고 작년엔 2백95만원으로 늘어났을 뿐이다.
그 좋았다던 3년동안 2백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 증가율도 33·8%로 달러표시 소득증가율의 절반수준이다. 그나마 그동안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제소득은 3년동안 26%밖에 늘지 않았는데 강압에 의해 내려진 핸디캠 때문에 달러표시 소득은 60%이상 늘어난것이다.
그들은 지금도 우리경제릍 승천하는 용이라고 추어올린다. 여기에 만족하고 있는 정부니 수출부진은 자승자박일수밖에 없다.
과대평가된 소득이 과소비를 낳는 것도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만은 없는 판이다.
일반국민은 원래 환율변동에는 그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법. 그때문에 정부는 결과가 이렇게도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환율을 그렇게도 간크게 내려왔다. 『일본경제로부터 물과 영양을 흡수하고 미국이라는 태양광선으로 탄소동화작용을 하여 겨우 연명해 나가고 있는 것이 한국경제』 라는 어느 외국인의 혹평도 있다. 이 평가는 너무 가혹한 것이라 치더라도 아직은 개발도상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솔직한 우리 경제력이다.
한 3년동안 몇푼 벌었다고 해외여행 자유화네, 송금제한철페네 하면서 달러를 홍청망청 쓸 형편이 못된다. 재무장관이 엊그제야「우리나라는 아직도 개도국」이라고 실토했다. 상공부도 3년동안 중단했던 수출독려를 다시 재개하겠다고 나셨다. 이제겨우 경제각료님들도 제정신을 차리고 있는 것 같다. 김두겸< 편집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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