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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에 젖는 영등포 을|정당마다 이판사판 덤벼드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18일로 예정된 서울영등포을구 재선거는 투표일을 엿새 앞둔 12일 현재 각당이 금품공세로 매일 2백∼1천명의 당원을 급조하면서 조용해 보이는 표면과는 달리 「지하」 에서 뜨겁게 움직여 동해선거 재판을 우려하는 소리까지 나오고있다.
각당의 당원교육장과 각종동창회·향우회·경로잔치·체육대회에서는 대형 타월·우산·우비·양산· 지갑· 볼펜과 총재휘호·후보선전등의 물품은 물론 1인당 1만원에서 10만원까지의 현금이 교묘한 방법으로 뿌려지고 있다.
고급음식점에서는 뷔페·갈비등으로 향응이 베풀어지고 당원집에서 요리를 대접하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각정당·정파가 이번선거에 명운을 걸다시피하고 이처럼 과열득표전에 나서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미 지난달 12일부터 24명의 감시반을 편성, 가동하고 있고 관할경찰서도 단속활동을 펴고있으나 대부분의 불법행위가 당원증과 물품을 맞바꾸는등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어 단속실적은 여태껏 1건도 없다.
◇단속=영등포을구 선관위는 12일현재 70여건의 제보를 받았으나 이가운데 33건에 대해 서면·구두로 시정경고를 내렸을 뿐이다.
11일 오전10시쯤 신길동모당 당원교육장 앞에서 도시락· 팸플릿· 현금봉투등이 든 대형봉투를 들고 나오던 주민 1백여명가운데 2명이 다른당 운동원에게 이를 탈취당했다.
이당의 운동원은 「증거」를 뺏기지 않기 위해 뒤쫓다 끝내 놓치자 관할경찰서에 엉End하게도 폭력사건으로 신고해 경찰 7, 8명이 출동했으나 관련자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타락=10일오후 3시 신길동 모예식장에서 열린 모당지구당 단합대회에서는 후보의 이름이 씌어진 봉투에 담긴 타월이 1천여명의 주민들에게 돌려졌는데 이를 서로 먼저 받으려는다툼으로 일대혼란이 벌어졌다.
주민 김옥숙씨 (48·여·신길2동) 는 『당원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선물과 점심을 주겠다고 약속해 동네사람들과 함께 나왔다』 고 말했다.
10일 오후 7시쯤 신길1동 황모씨 (40) 집에서는 주민 30여명이 탕수육·잡채등 요리를 대접받고 모당 후보측이 주는 현금1만원이든 봉투와 대형타월, 3kg짜리 설탕을 받았다.
지난 5일 오후3시 영등포동 모예식장에서는 충청지역 향우회가 창립총회를 가졌다.
그러나 이날행사는 취지와는 달리 경남출신의 모당후보를 위한 선거용 행사로 진행돼 빈축을 샀다.
이밖에 후보의 자서전 책갈피에 현금을 끼워넣는 방법, 아파트 주민들에게 수박이나 탕수육을 배달시켜준뒤 나중에 보내준 후보의 이름을 밝히는 방법도 등장했다.
◇매터도=이번선거에서는 이같은 게릴라식 선거운동과 함께 타당후보에 대한 매터도도 공공연히 등장하고 있다.
『모입후보자는 원척이 실제와 다르다』 『모당은 여의도사람에게는 3만원짜리 뷔페를 제공하고 신길동사람들에게는 갈비탕을 준다』『아무개는 깡패출신이다』『지역구를 5공주역에게 물려주고 왔다』 는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탈법경쟁=이와함께 각당은 타당의 불법사례를 자기측의 선거운동에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비디오 카메라· 녹음기까지 갖춘「공정선거감시반」 을 운영하고있는데 모당의 경우 다른당 후보의 호별방문 사진등 앨범1권 분량의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또 모당은 영등포구청장이 9개동장에게 각단체별 일일 주간행사보고서제출 ,동별 땅굴견학대상자 명단제출, 국외이주자중 주민등록 미정리자 파악보고등에 관한 공문사본을 입수, 이를관권 개입의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많은 관계자들은 이처럼 이번선거가 탈법화하고 있는데도 선관위가 목청만 높일뿐 실제로는 단속실적이 전무한데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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