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서는 바닥만 봐…” 펜스룰 논란 강사, 2학기 강의 배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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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사진 숙명여대]

숙명여대. [사진 숙명여대]

숙명여대 강사가 자신의 SNS에 학생들에게 이른바 ‘펜스룰’을 적용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가 결국 다음 학기 강의에서 배제됐다.

‘펜스룰’(Pence Rule)은 ‘아내 외 여자와는 단둘이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발언에서 유래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미투’(#me too) 운동이 전개될 당시 ‘여성 동료와의 접촉을 아예 차단하자’는 논리로 확산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의식보다는 ‘여성 배제’를 해결책으로 앞세우는 또 다른 형태의 성차별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15일 숙명여대에 따르면 올해 1학기 이 학교 모 학부에 출강했던 A씨는 지난달 9일 SNS에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 사진과 함께 “짧은 치마나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사람이 지나가면 고개를 돌려 다른 데를 본다”며 “괜한 오해를 사고 싶기 않기 때문”이라는 글을 올렸다.

A씨는 또 “여대에 가면 바닥만 보고 걷는 편”이라며 “죄를 지은 것은 아니지만 그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도 썼다.

그러면서 학생 등을 향해 “내가 인사 못 하면 바닥 보느라 그런 거야. 오해하지 마. 얘들아”라고 덧붙였다.

해당 학부 학생회는 A씨 글이 ‘펜스룰’에 해당돼 문제가 있다고 보고 A씨에 입장을 요구하고, 관련 내용을 학부장 등 교수들에게도 전달했다.

이에 따라 A씨는 “글을 보고 불편함을 느꼈다면 무조건적인 사과가 필요하다고 보고 죄송하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또 “불필요한 오해를 안 사게 주의하는 행동으로 바닥을 보고 다닌다는 내용인데 오해를 사서 안타깝다”며 “(여대생을) 예민한 여성 집단으로 생각한 적도 없고 그런 의도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당 학부는 최근 교수회의를 열어 다음 학기부터 A씨에게 강의를 맡기지 않기로 결정했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소통 방식이 적절하지 못해 A씨가 자숙하고 도의적인 책임을 질 수 있도록 2학기 강의에서 배제하기로 했다”며 “다만 2019학년까지 한 계약은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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