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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푸가 중국에서 장렬하게 실패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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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국 유통업체 쑤닝(苏宁)이 까르푸 중국 법인 지분 80%를 매수했다는 소식으로 유통업계가 떠들썩 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이 차례차례 떨어져 나가자 중국 내 외국기업은 물론, 중국진출을 꿈꾸는 해외 기업들도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특히 까르푸는 중국에서 무려 24년동안 잘 나가던 유통업체로, 이번 매각이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영수증 위조 등 숱한 논란에도 꿋꿋하게 버티던 까르푸가 중국에서 떨어져 나간 이유는 뭘까.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그땐 그랬지.. ‘누워서 돈 벌던’ 까르푸의 성공시대

1995년은 ‘중국 시장경제 절정’의 시대였다. 중국은 계획 경제 체제에서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며 중국식 시장 경제의 개막을 알렸다. 이 때 까르푸는 베이징에 중국 첫 매장을 열며 그 후로 무려 24년동안 중국 자본 시장과 유통 시장을 주름 잡았다.

당시 중국 유통업은 백화점 천하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다. 백화점의 비즈니스 모델은 백화점이 매장에 납품업체를 들여와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가격도 납품업체의 마음대로 주무르던 시대였다. 까르푸는 납품업체의 상품을 한꺼번에 매입하여 고객에게 판매했다. 그래서 일반 상점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했다. 이렇게 까르푸는 저가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정책적 호재를 이용해 시장 선점한 까르푸, 2008년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으로 하락세 걸어

까르푸는 중국 정책을 영민하게 이용했다. 당시 국무원(国务院)은 상해, 북경 등 6곳의 도시와 선전, 주하이 등 5곳의 경제 특구에 “중외 합작 또는 합작경영으로 상업적 소매기업(商业零售企业)을 반드시 1-2개 시범 운영해야 한다”고 지령을 내렸다. 까르푸는 중국 기업과 손잡고 주요 도시에서 시장을 선점했다.

중국에서 유통 공룡이 된 까르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때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으로 직격타를 맞는다. 정부의 우호적인 태도도 이때부터 까르푸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고 까르푸는 중국 토종 업체 융후이(永辉), 또다른 중외 합자 기업 다룬파(大润发), 외국계 기업 월마트 등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내부 요인

▷ 눈속임 영수증으로 소비자 기만
매년 10%씩 매출이 감소하던 까르푸, 이번에는 허위 가격 표시 문제로 소비자들에게 뭇매를 맞는다.

까르푸 상하이 매장에서는 가격표에는 저가로 표시해 놓고, 계산할 때는 값을 올려 받는 속임수를 쓴 사실이 발각된다. 차 주전자 가격표를 36.8위안으로 해놓고 실제 계산 때는 49위안을 받는 식이다. 상하이에 학업을 하던 당시, 필자도 본인이 계산한 가격과 영수증에 표기된 가격이 달라 울분을 토했던 기억이 있다.

▷ 서비스 질 하락
2013년부터 까르푸는 인터넷 상점을 운영하고 택배 서비스를 실시한다. 빠르게 부상하는 이커머스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서비스의 ‘질’에 있었다. 까르푸의 택배서비스는 너무 느렸다. 베이징의 경우, 가장 빠른 경우 구입 다음날 배송되었고, 상하이에서는 극소수의 지점만 3시간 내 배송을 겨우 완수했다.

게다가 배송 가능한 최소 비용이 경쟁사를 웃돈다. 톈마오가 89위안, 징둥이 99위안만 구매해도 1시간 내에 배송할 때, 까르푸는 129위안을 채워야 겨우 배달하는 수준이었다. 가격도 싸지 않고, 서비스도 나쁘고, 배송도 느리다.

심지어 품질 이상 문제도 제기되자 까르푸에 대한 여론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까르푸의 서비스 태도가 좋지 않다는 것에 대해 질타하는 댓글 [출처 中华会计网校]

까르푸의 서비스 태도가 좋지 않다는 것에 대해 질타하는 댓글 [출처 中华会计网校]

외부 요인

▶ 경쟁자들의 약진
까르푸가 2010년부터 하나씩 폐점할 때, 중국 기업 융후이(永辉)는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다. 푸젠(福建)을 시작으로 북경까지 진출하여 급기야 상하이 증시에 상장했다. 또다른 경쟁자가 있다. 대만의 다룬파(大润发)는 상해를 시작으로 중국 대륙에 발을 들인다. 이후 제남(济南) 등으로 영역을 점점 확대한 다룬파는 프랑스 어우상(欧尚, Auchan)과 합병하여 홍콩 증시에 상장한다. 그렇게 융후이와 다룬파는 ‘중국 대형마트의 조상’이라 불리던 까르푸를 앞지른다.

왼쪽부터 용후이(永辉)와 다룬파(大润发) 매장 사진 [출처 소후닷컴]

왼쪽부터 용후이(永辉)와 다룬파(大润发) 매장 사진 [출처 소후닷컴]

▶신유통 혁신
까르푸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와중에 중국 내에서는 알리바바를 중심으로 신유통의 혁신이 일어난다. 알리바바의 마윈은 “냉장고가 필요 없는 시대를 만들겠다”고 말하며 허마셴성(盒马鲜生)을 중심으로 신유통 혁명을 주도한다. 신유통이란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 물류 인프라가 신기술로 통합된 유통 서비스를 말한다.

알리바바와 징둥을 중심으로 거대하게 확장하고 있는 '신유통', 사진을 보면 전통 대형 매장, 편의점, 온라인상점, 신선매장, 전자상점 등 업계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 [출처 中外管理杂志]

알리바바와 징둥을 중심으로 거대하게 확장하고 있는 '신유통', 사진을 보면 전통 대형 매장, 편의점, 온라인상점, 신선매장, 전자상점 등 업계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 [출처 中外管理杂志]

신선매장 허마셴성은 소비자가 온라인 주문과 결제 후, 약 30분 내에 배송을 하는 모델을 앞세워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른바 ‘30분 내 허마셴성 상권’을 확장한다. 대표적인 경쟁자 징둥은 농촌을 중심으로 물류센터를 구축해 판을 벌린다. 알리바바와 징둥의 목표는 결국 같다. 온오프라인 및 물류의 결합으로 한계에 다른 기존 유통시장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알리바바와 징둥의 주도 하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대형마트을 포함한 전체 유통업의 생태계가 재배열 되고 있다.

최근 알리바바의 허마셴성 역시 치열한 경쟁 속에서 무리한 확장에 한계를 체감하고 장쑤(江苏)성 쿤산(昆山)시 우웨(吾悦) 쇼핑몰에 입점한 매장의 운영을 중단했다. 이에 허마셴성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이를 의식한 알리바바는 허마셴셩을 독립적인 사업부로 격상하여 신선식품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처하겠다고 발표했다. 혁신 기업다운 발빠른 태세 전환이다. 이번 사업 구조 조정으로 유통업의 판이 어떻게 변화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기회를 엿보던 까르푸는 야심차게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도 시작하나, 물류 시스템의 미비로 처참하게 실패했다.

외국계 유통 기업이 가야할 방향

▲‘현지화 + 데이터화’
중국 유통 시장은 다른 전통 산업보다 빠르게 혁신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은 ‘독특한 체험’을 원하고, 유통업체들도 ‘기술’을 중심으로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외국계 유통업이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지화와 데이터화’는 필수다. 요즘 잘 나가는 알리바바, 징둥, 쑤닝의 성공 비결이 여기에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소비자의 소비 행태를 분석하고 맞춤형 상품을 출시한다. AI, VR 등을 활용한 ‘색다른 체험’을 미끼로 소비자를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끈다.

허마셴성의 안면인식 결제 [출처 알리바바 공식 유튜브 캡처] / 징둥의 신선식품 매장 7-fresh의 '스마트 카트'는 한 번 등록하면 자동으로 고객을 따라다닌다 [출처 소후닷컴]

허마셴성의 안면인식 결제 [출처 알리바바 공식 유튜브 캡처] / 징둥의 신선식품 매장 7-fresh의 '스마트 카트'는 한 번 등록하면 자동으로 고객을 따라다닌다 [출처 소후닷컴]

유통업의 발전에 데이터화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된지 오래다. 최근 월마트가 투자한 ‘싸오마거우(扫码购)’라는 위챗 내 미니 프로그램이 주목 받고 있다. QR코드만 스캔하면 결제를 위한 대기 줄을 설 필요가 없다. 이 프로그램은 단위 매장 당 100만 위안 이상의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소비자는 줄 서는 시간을 60%이상 절약할 수 있다.

월마트가 투자한 ‘싸오마거우(扫码购)’, QR코드만 스캔하면 결제를 위한 대기 줄을 설 필요가 없다. [출처 소후닷컴]

월마트가 투자한 ‘싸오마거우(扫码购)’, QR코드만 스캔하면 결제를 위한 대기 줄을 설 필요가 없다. [출처 소후닷컴]

이 외에도 월마트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과 협업하여 중국 내 ‘스마트 유통망’을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다. 외국 기업이 본토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앞으로 중국에 진출할 한국 기업에게 참고가 될 수 있는 모습이 아닐까.

글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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