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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사시험 대리 출제, 조카 마사지 픽업" 女교수 제자 사용법

중앙일보

입력

김동원 전북대 총장(가운데)과 보직 교수들이 지난 9일 학내 진수당에서 최근 잇따라 발생한 교수들의 비위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전북대는 교수들의 사기와 강요, 추행, 음주운전 사고, 논문에 자녀 등재, 총장 선거 개입 등 비위가 불거져 내홍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원 전북대 총장(가운데)과 보직 교수들이 지난 9일 학내 진수당에서 최근 잇따라 발생한 교수들의 비위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전북대는 교수들의 사기와 강요, 추행, 음주운전 사고, 논문에 자녀 등재, 총장 선거 개입 등 비위가 불거져 내홍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자존감이 높은 편인 저조차도 (A교수의) 갑질 행위로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며 자살 충동까지 느꼈습니다."

前전북대 강사, 지도교수 갑질 폭로 #"인간 이하 대우에 자살 충동 느껴" #교수 "일부 사실 맞지만 갑질 아냐" #대학 측 "특별감사 결정, 진상 조사"

지난해까지 전북대 시간강사와 강의전담교수로 일했던 B씨(32·여)가 지난 2일 국민권익위원회와 교육부,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비공개로 올린 진정서 일부다. B씨는 '청와대 ○○○○자문회의 민간위원 전북대 A교수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2015년부터 박사 과정 지도교수였던 전북대 상과대학 A교수(51·여)가 5년간 갑질을 했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말 모교인 전북대를 떠났다는 B씨는 "A교수와 제 관계를 지켜본 수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수치를 견디고 있냐'고 의아해 할 때도 저는 '내가 너무 참을성이 없다', '친하니까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스스로 억눌러 왔다"며 "그러나 부당함을 당연시하고 더 심해지는 모습을 보며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B씨는 "A교수가 행한 갑질은 비윤리적 행위들"이라며 대리 강의 지시와 도서 대리 편찬, 사적 심부름 등을 조목조목 열거했다.

B씨는 1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A교수가 대학원생뿐 아니라 학부생에게까지 갑질과 폭언을 일삼는데도 스승과 제자라는 수직 관계 때문에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더는 이런 문화를 후배들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공론화에 나섰다"고 폭로 배경을 설명했다.

전북대 상대 강의전담교수였던 B씨가 지난해 A교수 지시로 대학원 동료와 함께 출제한 관세사시험 문제 일부 사본. [사진 B씨]

전북대 상대 강의전담교수였던 B씨가 지난해 A교수 지시로 대학원 동료와 함께 출제한 관세사시험 문제 일부 사본. [사진 B씨]

B씨에 따르면 지난해 A교수는 '관세사시험 특별전형 출제위원이 됐다'며 B씨 등 제자 2명을 시켜 시험 문제를 대리 출제한 의혹을 받고 있다. B씨는 "A교수가 저와 박사 과정 중인 제 동료에게 '공부 겸 트레이닝 명목으로 (관세사시험 문제를) 같이 출제해 보자'고 했다"며 "우리가 만들고 편집한 문제를 '출제윤리서약서'까지 동봉해 우편으로 보낼 때 A교수가 출제한 문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B씨 등이 낸 문제는 실제 관세청의 '문제 은행'에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청 측은 "보안상 A교수가 보낸 문제가 관세사시험에 나왔는지, 어떤 문제가 출제됐는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A교수가 '공무상 얻은 비밀은 누설하면 안 되고, 문제 발생시 처벌을 받겠다'고 서약한 만큼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관세청 측은 대리 출제가 사실로 확인되면 A교수를 수사 기관에 고발할 방침이다.

A교수는 B씨를 '개인 비서'처럼 부렸다고 한다. "거의 매일 사적 업무를 시키면서도 박사학위 논문 지도는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는 게 B씨 주장이다. "논문을 잘 읽어보지도 않고 빨간 펜으로 종이에 크게 X 표시를 하고 찢어버리거나 '네가 쓰는 게 글이냐' '깡통이다' 등 인신공격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A교수는 대외 활동을 할 때도 '여행 삼아 같이 가자'며 동행을 강요했다고 한다. B씨는 "새벽 6시부터 A교수 머리 손질을 위해 미용실에 들렀다가 KTX로 서울에 갔다. 용산역에서 스타킹을 샀는데 '비침 정도가 마음에 안 든다'며 본인은 식사를 하고 제게는 포장을 뜯은 스타킹을 주며 세 차례 교환과 환불을 시켰다"고 했다.

A교수 가족 일도 B씨 몫이었다. 교수 조카들을 B씨가 자기 차에 태워 가게에 내려준 뒤 마사지가 끝나면 다시 집까지 데려다 주는 일을 수차례 반복했다고 한다. A교수는 본인 동생이 운영하는 커피숍에서만 커피를 사오게 하거나 가게 일손이 부족할 때는 B씨에게 쿠키와 과일 포장을 시켰다.

전북 전주시 금암동 전북대 신정문. 김준희 기자

전북 전주시 금암동 전북대 신정문. 김준희 기자

쇼핑과 구두 수선, 성형외과 방문 등 사적인 일정에도 A교수는 B씨를 불렀다고 한다. A교수가 다니는 산악회 모임에서는 식당 예약과 연락 돌리기 등을 시켰다고 B씨는 주장했다. 메뉴가 마음에 안 들면 '정신 나간 것 아니냐' 등 폭언을 퍼부었다고 한다. B씨는 "매일 아침 학교 가는 길이 지옥처럼 느껴질 정도로 비상식적이고 무례한 언행을 일삼았다"고 했다.

B씨 주장에 대해 A교수는 일부 사실 관계는 인정하면서도 '갑질은 결코 아니었고, 고의도 없었다'는 취지로 주변인에게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는 A교수의 의견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하고 문자도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대학 측은 진상 조사에 나섰다. 전북대 관계자는 "지난 8일 A교수에 대한 특별감사를 결정하고, 감사반을 구성 중"이라며 "사실 여부를 파악해 위법 사항이 있으면 조치하겠다"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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