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문화 카페] 전주 홍지서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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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 7시 소설가 양귀자씨가 운영하는 전북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 홍지서림 지하 이벤트홀. 전북 작가회의 회원 30여명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월례 문학토론회였다.

이날은 수필가 배금자(38)씨가 최근 발간한 '질경이도 꽃이 핀다'라는 수필을 놓고 각자 의견을 나누었다. 오후 8시까지 한 시간 동안 벌어진 토론회에서 향토시인 김기찬씨가 배씨의 수필 중에서 발췌한 내용을 발표했다.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섬진강 시인 김용택(임실군 덕치초등 교사)씨는 "매달 홍지서림 이벤트홀에서 문학토론회를 갖고 있는데 이 모임은 전북의 문학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며 "주머니가 가벼운 문인들이 마음 놓고 문학에 대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는 홍지서림이 고맙다"고 말했다.

1963년 설립돼 43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전주의 대표적인 서점인 홍지서림이 지역 문화발전을 위해 각종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홍지서림은 99년 초 부도로 경매에 넘어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었다. 그러나 양귀자씨가 건물 값만 8억여원에 낙찰 받아 위기를 넘겼다.

양씨는 인수 당시 "문학소녀를 꿈꾸던 전주여고 시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 서점에 들러 책을 읽어 남다른 애착이 간다"며 "이 서점을 시민들과 함께 하는 지식의 샘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양씨는 그런 포부를 살려 이 서점의 운영목표를 '전주 문화의 자존심'으로 정했다.

양씨는 문화공간을 대폭 늘리는 등 서점의 분위기를 확 바꾸었다. 지하 30여평 규모의 공간에 문화 이벤트홀을 만들었다. 이 공간에서는 문인.시민단체 회원과 대학생들의 그림.사진 전시회 등 각종 문화행사가 펼쳐진다.

전북작가회 간사 김정경(25)씨는 "회원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빌리는 데 상당한 돈이 들었으나 홍지서림이 문화공간을 만든 뒤부터는 이런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이벤트홀 옆 50여평의 공간에는 '북카페'를 만들어 시민들의 약속장소로 제공하고 있다. 이 카페에는 전국 출판사 1백여곳에서 기증한 책 3천여권이 비치돼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매장에는 평일엔 유치원생들이 책에 대한 친근감을 키우기 위해 주로 찾고, 주말과 휴일엔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시민들이 1백여명 이상 몰린다.

홍지서림의 양계영 전무는 "어려서부터 독서에 대한 습관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 무료 어린이 매장을 꾸몄다"며 "지금은 이 매장이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너무 좋아 앞으로 공간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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