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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무죄 증거 은폐"VS"직권 남용이 핵심"…이재명 항소심 첫 재판 공방

중앙일보

입력

직권남용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권남용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측 “검찰, 증거 은폐”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사실 오인, 법리 오해가 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해달라고 요구했다.

재판은 이날 오후 2시 수원고법 형사2부(임상기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렸다. 오후 1시 45분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수원고법에 들어서자 미리 기다리던 100여 명의 지지자는 큰 소리로 “이재명”을 연호했다.

이 지사는 법정동에 들어가기 전 항소심 재판에 임하는 소감을 묻자 “도정에 집중해야 할 시간을 낭비하게 돼 도민들께 죄송하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어 “국가기관이 냉정하게 객관적 실체를 드러내고 거기에 합당한 책임을 묻는 것이 의무인데 (검찰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결정적 증거를 은폐한다든지 이런 것은 국가기관으로서 적절하지 않다. 사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은 아닐 테니까 냉정함과 객관성을 유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1심 판결이 균형을 잃은 판단이라며 유죄 선고를 요청했다. 1심에서 가장 논란이 된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재판부가 판결문 18쪽을 할애해 이재선((2017년 작고한 이 지사의 친형)의 상태를 판시했는데 요양급여, 가족과 지인의 증언, 의사 소견서 등 검찰 측 증거에 대해서는 아무 설명이 없어 균형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검찰 “1심 균형 잃은 판단”  

검찰은 “(피고인이) 이재선에게 ‘집어넣어 버릴 거야’ 같은 말과 욕설을 한 것을 보면 걱정하는 마음에서 입원시키려 한 것이 아니며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방해된다고 생각해 강제입원을 지시하는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한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 측 변호인은 검찰이 이 사건에서 공소권을 남용했다며 공소 기각 판결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지사 측은 “1심 공판이 끝날 무렵 이재선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분석 파일이 증거로 제출되지 않은 것을 알고 열람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허용해선 안 된다는 의견서를 5번이나 제출했다”며 “재판부가 허용해 파일 6000개를 분석해보니 이재선 본인의 육성으로 2002년경 조증약을 받았다, 자살시도를 했다고 말한 통화 기록이 있다. 한 통화 파일에서는 이재선의 어머니가 ‘제발 정신과 치료를 받아라. 내 소원이다’라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기소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정도의 증거를 은폐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다른 변호인은 “이번 공소 사실에서 검찰의 가장 큰 전제는 이재선이 2012년경 정신질환 의심자가 아니다는 것이지만 이재선의 글, 녹취 파일, 수많은 사건, 전문의 판단 등에서 이재선이 그런 문제가 있었다고 의심할 수 있다”며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강제 입원이라는 표현에서 입원이 진단을 위한 14일 이내 입원을 뜻한다고 답변했는데 14일 이내 진단을 위한 입원을 위해 직권을 남용하면서까지 이 복잡한 일을 해 어떤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인지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 22일, 선고 시한 8월 중순 

검찰과 이 지사 측은 대장동 개발 업적 과장, 검사 사칭 등에 관해서도 각자 유죄와 무죄를 주장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재판부는 고발인 진술서, 이재선씨가 기고한 칼럼 등을 추가 증거로 제출받았으며 이 지사 측의 동의를 받아 추가 증인을 정했다. 이 지사는 이 과정에서 “제가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라며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이던 2012년 4∼8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재선씨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을 지시해 문건 작성 등 의무가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TV 토론회 등에서 이런 시도를 한 적 없다고 부인하고 “검사 사칭은 누명을 쓴 것이다. 대장동 개발 이익금을 환수했다”며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있다.

지난 5월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형사부는 이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으며 검찰은 즉각 항소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2일 오후 3시에 수원고법에서 열린다. 공직선거법에 따른 항소심 선고 시한은 8월 중순이다.

이날 오후 1시 10분쯤부터 이 지사를 지지하는 ‘우리가 이재명이다’ 회원들과 반대하는 ‘턴라이트’ 회원들 십수 명이 법원 앞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정문에도 지지자 100여 명이 몰렸다. 이 지사는 재판 전후 지지자들과 악수하며 응원에 화답했다.

수원=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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