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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목선 사건 때 경계부대 근무병, 휴가 나와 극단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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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달 15일 북한 소형 목선이 삼척항 부두에 들어온 당일 근처 소초에서 근무했던 육군 병사가 휴가를 나온 뒤 지난 8일 한강에서 투신 사망했다. 9일 육군에 따르면 육군 23사단 소속 A일병(21)이 전날 오후 8시58분쯤 서울 한강 원효대교 인근에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A일병은 지난 4월부터 강원도 삼척항 방파제 부두 가까운 소초에서 상황병을 맡았다.

“군생활 힘들다” 휴대전화에 메모 #군 “간부에게 질책·폭언 들었다”

육군 관계자는 “A일병이 소초에 투입된 4월 이후 소초 간부로부터 업무 관련 질책과 폭언을 들었다”며 “죽음과의 연관성을 속단하긴 어렵지만 여러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A일병의 소초는 북한 목선 경계 실패의 책임을 진 곳이다. 당시 지형영상감시시스템(IVS)으로 북한 목선이 항으로 진입하는 장면을 찍었지만 운용요원이 낚싯배로 판단했다. 또 근무 인원이 통제구역 내 어민을 조치하느라 목선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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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A일병이 경계 실패 관련 조사를 받으며 심리적 압박으로 투신했다’는 내용이 떠돌았다. 이에 육군 측은 “A일병은 목선 정박 이후인 지난달 15일 오후 근무했다”며 “합동조사단의 조사 대상도 아니었고 조사 당일(지난달 24일) 휴가를 갔다”고 밝혔다. 정부 소식통은 “A일병의 소초가 경계 실패 책임의 핵심으로 지목된 뒤 부대 분위기가 상당히 안 좋아졌다”며 “이런 상황이 A일병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경찰은 현장에서 유서 형식의 메모가 저장된 휴대전화 등 유품을 발견했지만 현역 군인에 대한 수사권을 가진 육군 군사경찰(옛 헌병)이 모두 가져갔다. 3쪽 분량의 메모엔 ‘사람 관계가 어렵다’ 등은 있었지만 경계 실패와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고 한다. A일병의 부대 복귀일은 9일이었다.

이철재·박사라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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