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물거품 소식에 한미약품 주가 27%↓ , 하한가 근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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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약사 얀센이 한미약품의 비만ㆍ당뇨 치료제 권리를 반환했다는 소식에 한미약품 주가가 하한가 근처까지 추락했다.

 4일 코스피 시장에서 한미약품은 전날보다 11만3000원(27.26%) 떨어진 30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미약품은 이날 장중 29만9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날 종가는 2017년 4월 27일 29만9500원으로 마감한 이후 2년 2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한미약품 본사 [사진 한미약품]

한미약품 본사 [사진 한미약품]

  이날 한미약품의 지주사격인 한미사이언스도 전날보다 1만8750원(27.7%) 떨어진 4만8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미사이언스가 4만9000원 아래서 마감한 것은 2015년 5월 15일(종가 4만4350원) 이후 4년 1개월여 만이다.

 한미약품은 전날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한미약품 파트너사 얀센이 2015년 11월 6일 계약 체결로 확보한 비만ㆍ당뇨치료제(HM12525A)의 권리를 한미약품에 반환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한미약품은 2015년 11월 존슨앤존슨 자회사 얀센에게 총 1조원(9억1500만 달러) 규모로 해당 기술 라이선스를 판매했다.

 한미약품은 "얀센은 최근 진행한 임상2상 시험에서 1차 평가 지표인 체중 감소는 목표치에 도달했지만, 당뇨가 동반된 비만 환자에서의 혈당 조절이 내부 기준에 미치지 못해 권리 반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약ㆍ바이오 업종에는 연달아 악재가 터졌다. 전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허가 심사 서류를 조작해 판매 승인을 받은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품목 허가 취소 처분을 최종 확정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고의적인 조작이나 은폐는 없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은 전날보다 100원(0.42%) 내린 2만3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제약ㆍ바이오 업종은 이날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이날 코스피ㆍ코스닥 시장에서 제약업종은 전날보다 2.98% 하락했다. 123개 종목 중 99개 종목이 하락했다. 바이오(생물공학) 업종도 전날보다 2.22% 내렸다. 43개 종목 중 30개 종목이 하락했다.

한미약품 소속 연구개발(R&D) 담당 직원이 바이오신약 연구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 한미약품]

한미약품 소속 연구개발(R&D) 담당 직원이 바이오신약 연구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 한미약품]

 증권가에선 글로벌 신약 개발의 높은 벽을 실감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진흥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은 올해 1월, 2018년 8월과 9월 등에도 기술반환을 통보받아 신약개발에 있어 수차례 난항을 겪었다"며 "글로벌 신약개발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개발을 할 수 있느냐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느냐가 중요하단 의견도 나온다. 오세중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임상시험에서 1차 평가지표는 충족한 것으로 보이나 혈당 조절 효과에서 다른 경쟁약물에 비해 우월성을 증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파트너사가 반납한 사유는 결국 시장성 혹은 효능에 대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미약품 사태로 국내 신약개발 기술력 전체를 의심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올해 들어 유한양행이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상장을 준비중인 SK바이오팜도 뇌전증 치료제에 대해 아벨 테라퓨틱스와 계약을 맺었다"며 "다양한 신약개발업체에서 우수한 성과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국내 업체의 기술력에 대한 과도한 우려는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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