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황교안입니다.” 핸드폰에 이름이 뜨고 목소리도 맞았지만 그래도 의아했다. 바로 10분 전에 만났던 황 대표가 왜?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방으로 찾아간 건 5월 초였다. 당 공보실에 사정해 간신히 면담을 잡았다. 모 당직자의 거친 언행을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이럴 때 정치인 반응은 둘 중 하나다. “에이, 별것도 아닌 일로…”라며 은근히 면박을 주거나, “이런 나쁜 놈이 있나, 내가 아주 혼꾸멍을 내줄게”라며 더 흥분하거나. 물론 둘 다 말뿐, 실행에 옮기진 않는다.
그때도 별 기대는 없었다. 황 대표 역시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만남은 채 5분을 넘기지 않았다. 사무실을 나오면서 ‘난 할 말 했으니 됐어’라며 애써 자위했다. 그런데 10분 만에 전화라니, 내가 뭐 잘못했나.
“당사자에게 얘기 건넸습니다. 지켜보시죠.” 순간, 살짝 감동했다.
황 대표 취임 초, 주변에서 그를 ‘디스’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아랫사람에게도 늘 존댓말 한다”는 등 듣기 민망한 ‘황(黃)비어천가’투성이었다. 그중 인상적인 대목은 “기성 정치인과 달리 공수표가 없다. 진짜 끝까지 챙긴다”는 말이었는데, 직접 겪고 보니 ‘신참 정치인으로 무기가 되겠다’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변덕스러운 세상인심 탓일까. 그토록 칭송받던 황 대표의 반듯함과 성실함을 두고 최근 슬슬 뒷말이 나온다. “숨이 막혀 갑갑하다”는 식이다. 본인의 설화로 촉발된 외국인 노동자, 아들 스펙 등도 기성 정치인이면 눙치고 지나갔을 일을, 기어코 해명하다 사태만 키웠다. 황 대표는 당 사무처에 “나를 그냥 놀게 하지 마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일정이 없으면 불안해한다는 거다. 무릇 정치란 무에서 유를 만든다고 하지 않나. 황 대표는 지금 뻔한 정답을 찾을 때가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키울 때 아닐까.
최민우 정치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