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 이번엔 '표절 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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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내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또다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번에는 '비행운행규정(FOM)' 표절 시비다.

법적 대응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두 항공사는 노선 배분 등 항공업계 관련 현안마다 다퉈 왔다.

대한항공은 11일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비행운행규정'을 책자로 펴내면서 대한항공의 규정을 상당 부분 베꼈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은 ▶표절 내용을 2개월 안에 수정할 것 ▶주요 일간지에 공식 사과광고를 낼 것 등을 요구하는 경고장을 아시아나항공사에 보냈다고 밝혔다.

◆ "표절이다" 대 "국제 규정일 뿐이다"=대한항공 황철 운항표준담당 상무는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아나항공이 이달 초 1000여 쪽 분량으로 발간한 비행운행규정 중 300쪽이 우리 규정을 그대로 베꼈다"고 말했다. 황 상무는 "문장은 물론 그림과 도표까지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며 "영문판에는 대한항공의 조직 명칭이 그대로 쓰여 있는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비행운행규정'은 항공기 운항과 관련 있는 조종사 등이 지켜야 할 정책.절차.기준을 담은 지침서다. 항공사별로 만든다. 건설교통부는 2004년 양 항공사에 '비행운행규정을 국제 수준에 맞춰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600여 쪽 분량의 비행운행규정을 발간했다. 대한항공은 "규정을 보완하기 위해 1년3개월 동안 팀장급 인력 10여 명을 투입했고 외국항공사와 안전기관의 컨설팅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지적 재산권이 보호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도 하겠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적으로 항공 용어와 각종 규정은 다 통일돼 있는데 이를 따른 것이 어떻게 표절이냐"고 반박했다. 아시아나 항공도 법률적 검토를 거쳐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 뿌리 깊은 반목=지난해 7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당시 대한항공은 건설교통부에 "아시아나항공이 취항을 하지 않아 권리를 상실한 터키 이스탄불 노선을 달라"고 요구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상대 항공사가 파업으로 정신이 없는데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3월 한.프랑스 간 항공 협상 때는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을 비난했다. 인천~파리 노선의 복수 취항이 쟁점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은 파리 노선에 단독 취항 중인 대한항공이 프랑스 정부에 로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한항공은 "근거 없는 비방"이라고 맞섰다.

최근 아시아나항공기가 벼락과 우박을 맞아 크게 부서졌을 때도 신경전이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조종사가 위기 상황에 잘 대처했다며 표창을 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에서는 "비슷한 시간대에 사고 지점을 지나간 우리 비행기는 벼락과 우박을 다 피해 갔다"고 대응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국내 항공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양대 항공사가 서로 공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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