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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세 재검토가 급선무|가이후 정권의 과제와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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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방인철 특파원】9일 새로 출범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이후 도시키 (해부준수) 내각은 참의원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인책 사임하는 우노 내각의 뒤를 잇는 만큼 정치적 부담이 역대 어느 내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선거 기간 중 드러난 문제점, 특히 정치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소비세 재검토는 정권적 차원에서 시급히 서둘러야할 급무이며 거대 야당으로 부상한 사회당 등 야당의 국회 해산·총선거 실시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도 당면한 과제중의 하나다.
때문에 가이후 내각은 자연히 총선거에 대비한 「잠정 선거 내각」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총선 실시 시기에 대해 아직 확정된 안은 없다. 다만 국회 조기 해산에 대한 여론의 압력에 따라 ▲연내 또는 연말 ▲내년 1월 자연 휴회 중 ▲내년 4월 90년도 예산 설립 후 ▲7월 임기 만료 때로 대충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이후가 파벌을 초월해 추대 받은데는 「그만한 관록과 젊음」이면 총선거를 능히 치러낼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 자민당 내에 강했던 것으로 미루어 선거는 의외로 빨리 실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연내 조기 총선론」이 일찍부터 자민당 내에 떠오른 것은 리크루트 사건으로 명함도 못 내밀게 된 아베 (안배)·미야자와 (궁택)·와타나베 (도변) 등 파벌 영수급을 총선을 통해 빨리 재등장시킬 수도 있다는 배려가 숨어 있다.
여기에 아직 공천 후보를 2백명도 확보하지 못해 쩔쩔매는 사회당에 시간을 주지 말고 기선을 제압하자는 대 야당 전략으로서도 연내 조기 총선이 이루어질 확률이 높다.
참의원 선거 직후 한 언론 기관이 예상한 중의원 선거 때의 예상 의석 수는 자민이 2백43석, 사회 2백17석, 공명 36석, 공산 8석, 자민련 5석, 민사 3석의 순이다.
이대로라면 중의원도 여소 야대의 국면이 전개되어 야당 연합 정권의 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선거 이후 여론의 향방은 오히려 자민당이 예상 이상으로 참패했다는데서 오는 반작용이 크다. 사회당이 수권정당으로서의 역량이 있느냐, 소비세 폐지에 대안은 있느냐에 대한 물음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자민당 안에서도 이 같은 여론 역풍을 감안, 사회당이 정책 정당으로서의 변신을 하기 전에 총선을 서두르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편 가이후 정권의 성립 과정에서도 여전히 파벌 안배·밀실 담합 등 구태의연한 정치 행태를 보였다는 점에 대한 국민의 불만도 커 이에 대한 이미지 개선 작업을 어떻게 하느냐가 이후 자민당 정권이 해결해야할 또 다른 과제다. 우노 정권 등장 때도 사실상의 「다케시타 아류 정권」이라는 비난이 컸지만 이번도 따지고 보면 다케시타·아베·나카소네파의 3자 동맹적 성격이 짙다.
미야자와파가 이에 대한 불만을 표면화, 하야시 (임의낭) 후보를 지지한 것이나 자유 혁신연맹 그룹 (대표 귀정정청)과 아베파 젊은 의원 일부가 이시하라 (석원신태낭) 후보를 추대한 것도 이 같은 파벌 역학에 대한 반발로 볼 수 있다.
자민당 내부 분열이 이를 계기로 가속화하리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어 자민당 총재 선거가 남긴 앙금과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느냐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여소 야대의 참의원 사정으로 인한 법안 처리의 지연도 가이후 정권에는 큰 부담이다.
자민당이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정치 개혁의 확실한 실행」은 정치 개혁 관련 법안의 조기 통과로 열매를 국민에게 보여줄 속셈이지만 사회당이 이를 미흡하다는 이유로 통과를 저지할 경우 난관에 부딪칠 공산이 크다.
오히려 사회당이 내건 소비세 폐지 법안은 법안 제출만으로 국민에 대한 호소력이 커 이를 거부할 경우 그대로 중의원 해산, 총선 공세에 밀릴 수밖에 없게 된다.
이 같은 예상 가능한 난제들은 가이후의 장기인 변설 능력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거당적인 선거 대비 태세가 시급하다.
9일까진 윤곽이 드러날 가이후 정권의 진용을 어떻게 짜느냐도 이 때문에 큰 관심거리다.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는 다케시타·아베·나카소네파의 당 3역 안배가 확실하다. 간사장은 다케시타파에서 오자와 (소택) 사무총장, 아베파에서 미쓰즈카 (삼봉) 외상이 유력하며 전 간사장 하시모토 (교본)는 외상이나 대장상의 주요 각료로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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