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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단 너는 … " 화나게 한 말 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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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네딘 지단 "Ordinanza de tirare il costume.(내 셔츠 그만 잡아당겨.)"

-마르코 마테라치 "Taciti, enculo, hai solamente cio che merite.(닥쳐 ×××[욕설], 넌 당할 만해.)"

-지단 "Si e cio….(그래, 그렇겠지.)"

-마테라치 "Meritate tutti ci? voi gli enculato di musulmani, sporchi terroristici.(이 이슬람교 ×××[욕설] 테러리스트야. 당연히 당할 만하지.)"

이상은 2006 독일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의 지단이 이탈리아 수비수 마테라치를 머리로 받아 쓰러뜨리기 전 나눴던 말싸움을 영국 BBC가 이탈리아어 독순술 전문가(lip-reader)를 동원해 복원해 놓은 것이다. 지단은 1996년에서 2001년까지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의 유벤투스에서 뛰었기 때문에 이탈리아어에 친숙하다.

결승전에서 마테라치를 머리로 받아 퇴장당한 지단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그러자 이제는 BBC뿐 아니라 프랑스와 브라질 언론까지 '입술 모양으로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는' 독순술을 동원해 폭력의 원인을 캐고 있다. 브라질의 글로보TV는 독순술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마테라치가 두 번씩이나 지단의 누이를 '매춘부'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마테라치는 "지단이 너무 거만해 그를 욕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르몽드는 11일 이탈리아 스포츠지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가 마테라치와 인터뷰한 내용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마테라치는 "단지 몇 초간 지단의 티셔츠를 잡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가 나를 향해 돌아서더니 비웃으며 말했다. 지단은 너무 거만하게 위에서 아래로 나를 훑어보았다. 그러면서 '네가 내 티셔츠를 원한다면 경기 끝나고 너에게 주겠다'고 나에게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욕을 했다. 이게 전부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지단의 누이를 겨냥한 욕설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 마테라치는 "경기장에서 우리들 입에서 자주 나오는, 수십 번도 더 듣는 그런 (평범한) 욕설이었다"고만 대답했다. 마테라치는 또 "확실한 것은 내가 지단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교양이 없어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무엇인지 모른다. 내가 아는 나의 유일한 테러리스트는 10개월 된 내 딸이다"고 넘겼다. 지단의 어머니를 모욕했다는 주장에 대해 마테라치는 "지단의 어머니는 거론하지도 않았다. 나에게 어머니는 신성한 존재다"고 해명했다.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인터뷰 기사를 게재하면서 "마테라치가 14세 때 어머니를 잃었다"며 "그가 결코 지단의 어머니를 욕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테라치가 평소에도 상대 선수들을 자극하는 말을 자주했고, 때로는 곧잘 다투는 습관이 있다고 보도한 것으로 르몽드는 전했다.

자신의 폭력 동기에 대한 지단의 대답은 며칠 내로 나올 것 같다. 지단의 에이전트인 알랭 미글리아치오는 11일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단이 조만간 자신의 행동에 대해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단의 '폭력적 기질'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11일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를 밟아 퇴장당한 경력 등 지단은 종종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꼬집었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강인식 기자

◆독순술(讀脣術.lip-reading)=상대방의 입술 움직임을 보고 말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구화법(口話法)이라고도 한다. 청각장애인이 상대방 입술의 움직임과 얼굴 표정으로 말을 이해하고, 발성 연습을 통해 말(음성언어)을 습득하는 특수교육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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