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 글로벌 명품 싹쓸이 하는 이유는?

[출처 셔터스톡]

지난 4월,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McKinsey&Company)는 <중국 명품 보고 2019(中国奢侈品报告2019)>를 발표했다. 맥킨지의 연구 결과, 2018년 중국인의 국내외 명품 소비액은 7,700억 위안(약 132조 원)으로 글로벌 명품소비 총액의 1/3 을 차지했다. 게다가 2025년에는 중국 명품 소비 총 금액이 약 1조 2천억 위안(약 252조 원)을 웃돌며 세계 명품 시장의 65%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중국의 경제 둔화? 중국 부자들과는 전혀 상관 없는 말인가 보다.

베인앤컴퍼니가 2018년에 조사한 <2017 글로벌 명품 소비 나라별 비중> [출처 Quartz / ATLAS / Bain&Company]

 베인앤컴퍼니가 2018년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인은 글로벌 명품 소비의 32%를 차지하며 "가장 큰 명품 소비국"으로 부상했다. 당시 중국의 GDP 성장률은 6.6%로 소폭 둔화된 상태로, 이른바 '신창타이(新常态)' 하에서 명품 시장은 약세는 커녕 오히려 상승세를 이어갔다.

조사한 가구 당 8만 위안(약 1,373만 원)을 지출한 셈이다.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중국 명품 소비, 언제부터 잘 나갔나

더 놀라운 것은 2년동안만 중국 명품 소비가 급증한 게 아니라는 것.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전 세계 명품 시장은  50% 이상 발전했는데, 이 증가폭은 모두 중국에서 왔다. 이처럼 강력한 구매력과 고속 성장세 덕분에 중국은 명품 브랜드의 메인 시장이 되었다.

중국 명품 소비 열풍은 대체 언제부터 시작된걸까?

중국의 막강한 명품 소비력은 200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2001년 911사태와 아프간 전쟁, 2002년 사스(SARS), 2003년 이라크 전쟁 등으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었을 때 중국, 인도 등 신흥 시장은 지방 경제의 성장으로 소비가 활성화된다. 소비 욕구의 상승과 더불어 명품 소비 수요가 함께 상승하고, 글로벌 명품시장도 이들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특히 중국은 경제의 급속한 발전으로 국민 소득 수준이 대폭 상승했고, 고수입 집단이 대거 등장하여 소비력이 크게 상승했다.

베인앤컴퍼니(Bain&Company)에 따르면 명품시장은 2008년~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거래량이 8% 하락했다. 그러나 중국 명품시장만 열기를 지속하며 무려 16% 성장했다. 다들 죽어갈 때 혼자 선방했다는 뜻이다. 이유가 뭘까?

[출처 셔터스톡]

베인앤컴퍼니는 그 원인을 3가지로 축약했다. 1. 중국정부의 명품 수입 관세 하향 조정; 2. 관리당국의 그레이마켓(공정가격보다 비싸게 매매되는 시장) 규제 강화; 3. 명품 브랜드 가격 조정. 당시 정부당국의 관리 덕분에 중국 내 명품 시장은 죽지 않고 훨훨 날기 시작했다.

중국인들은 왜 명품을 사나

연령별 명품 구매 요인 [출처 中国新闻周刊 / 麦肯锡<中国奢侈品消费报告2019>]

2018년 중국 소비자 2,390만 명이 명품을 구매했는데, 이 중 43%가 80허우로 이들은 전체 명품 소비금액의 56%를 기여한다. 중국 명품 시장의 절반을 지탱하는 것은 80허우인 셈이다. 그러나 90허우의 소비력도 만만치 않다. 2018년 중국 명품 소비자 중 90허우가 28%를 차지했다. 그럼 이들은 왜 명품을 사는걸까.

1. '자기 존재감'을 위한 소비
맥킨지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 젊은 소비자들은 "브랜드 베스트셀러"에 주목한다. 이들은 한가지 브랜드에 충성하지 않고, 여러가지 브랜드에서 잘 나가는 상품만 구매한다. 거의 70%의 90허우가 명품을 구매하는 이유로 "독특함을 느끼고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 라고 답했다.

중국에서 인기있는 90년대생 연예인 디리러바(迪丽热巴)가 자신의 웨이보에 올린 입생로랑(YSL) 향수 사진 [출처 Dear-迪丽热巴 공식웨이보]

나이가 어린 소비자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뚜렷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명품을 사용하면 '자신의 품위가 올라가고, 직장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으며, 심지어는 타인에게 존중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명품을 사서 자신을 뽐내는 것이다. 또한 인플루언서의 역할이 강화되고 친구들의 의견을 중시하는 특징도 소비에 반영된다. 그들이 사용하는 명품 브랜드를 사면 또래의 테두리 안에 속하는 기분을 받는다고 한다.

2.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이왕 살 꺼 까다롭게 고른다
80허우 이전으로 올라갈수록 명품 구매 태도는 달라진다. 그들은 원하는 브랜드가 다양하지 않고, 인플루언서나 친구들 의견보다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고른다. 그들이 명품을 사는 목적은 "삶의 질 향상"에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도 까다롭게 고른다. 또 명품은 급하게 필요한 물건이 아니므로 충동적 구매보다 그들이 정한 예산 안에서 브랜드를 고르고, 스타일을 고른다.

그들은 명품 중에서도 원하는 브랜드를 찾아 그것만 고집하는 것이다.

[출처 셔터스톡]

중국의 어마어마한 명품 시장을 보며 '옛날의 중국'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요즘 중국 소비자의 소비습관이 명품 위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의 소비 습관이 바뀌었다기 보다는 소비 주력층이 변한 것이다. 이전 X세대의 사람은 '저축'을 선호했고, 소비관념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었다. 반면 밀레니얼 세대 사람들은 '새로운 체험, 삶의 수준 향상'을 중시한다.

그래서 그들은 오늘도 명품을 사러 간다.

글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