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대신 권영수 참석한 LG···'화웨이 청구서' 없자 안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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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73) 미국 대통령의 30일 한국 경제인 회동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끝나자 LG등 한국 기업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화웨이 통신장비 수입을 비롯해 민감한 주제가 이날 회동에서 등장하기 않았기 때문이다. LG는 통신계열사 LG유플러스가 트럼프 행정부의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화웨이로부터 4G LTE, 5G 등 이동통신 장비를 수입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국 재계 관계자들과의 회동이 끝난 뒤 참석한 총수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국 재계 관계자들과의 회동이 끝난 뒤 참석한 총수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AFP=연합뉴스]

유플러스 CEO 역임한 권영수 부회장 대리 참석…긴장감 고조 

LG는 이날 회동에 총수인 구광모(41) ㈜LG 대표를 대신해 지주사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권영수 부회장이 대리 참석했다. 행사 시작 약 2시간 전인 8시 10분쯤 회담 장소인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 등장한 권영수 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이야기를 할 것으로 예상하냐’는 질문에 “무슨 말을 할지 한번 들어봐야 한다”고만 짧게 답했다.

재계에선 권 부회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에 대리 참석한 이유로 화웨이와 LG 간 비즈니스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지주사로 옮겨오기 전 LG유플러스 최고경영자를 3년간 역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약 40분간 진행된 경제인 회동에서 화웨이 사태를 비롯해 대중 무역 문제는 화제로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행사장을 빠져나온 직후 권 부회장은 ‘화웨이 사태와 관련한 이야기가 없었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열린 한국 기업인들과의 회동에서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열린 한국 기업인들과의 회동에서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AFP=연합뉴스]

트럼프, 한국 기업 칭찬…LG '안도의 한숨' 

LG유플러스는 권 부회장의 전임자인 이상철 전 부회장 시절 LTE를 도입하면서 화웨이 장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LG유플러스가 2013년 말 서울과 강원ㆍ경기 일부 지역에 화웨이의 LTE 기지국 장비를 도입했을 때 미 행정부는 상당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 때문에 LG유플러스는 서울 용산 등 미군 부대 인근에는 화웨이 장비를 뺐다.

LG와 마찬가지로 삼성ㆍ현대차를 비롯한 다른 기업들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기대 대비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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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참석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서두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손경식 CJ 회장 등을 일으켜 세워 직접 감사의 뜻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과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가리켜 “굉장히 크고 아름다운 건물을 보고 놀랐다”는 감상평을 밝혔다.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 업계에 대해선 “미국에 많은 공장을 만들고 있다”며 감사 표시를 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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