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맑아야 강산이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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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물은 사람의 몸에 비유할 때 피와 같은 것이다. 피가 깨끗해야 몸 전체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듯이 강물이 깨끗해야 그 땅에 사는 모든 생명체-사람, 동·식물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원리에서 우리 땅의 강이 급속도로 오염되고 그 결과로 물고기가 떼죽음 당해 썩어 가는 모습이 보여주듯 생태계 전체가 위협을 받고 있는 현상을 바로잡는 일이 시급하다.
물은 생명의 젖줄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으로부터 크게는 국가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이를 보존하려는 노력을 태만히 하고 있다. 설마 하고 있는 사이 우리의 강은 썩어가고 있다.
최근 건설부가 국회에 내놓은 전국 주요 도시 하수 처리 시설 실태를 보면 수질 보전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얼마나 나태에 빠져 있는가를 웅변으로 입증하고 있다.
부산·대구·인천·대전·광주 등 5대 직할시의 하수 처리 시설이 태부족하여 무려 2백40여만t의 하수가 전혀 정화되지 않은 채 강에 방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설이 가장 잘 돼 있다는 서울의 경우만 94%의 하수 처리 능력을 갖추었을 뿐 나머지 도시의 처리 용량은 하수량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며, 심지어 인천과 광주의 경우 하수 처리 시설이 전무해 하루에 거의 70만t의 하수가 전혀 여과 없이 강으로 방류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BOD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가 몇 PPM이라는 따위의 전문 용어나 수치를 들먹일 것도 없이 시커먼 강물에 허연 거품이 둥실둥실 떠다니고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현실은 강물의 극심한 오염을 입증하고 있다. 강물의 오염은 직접적으로는 생태계의 파괴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식수와 농업 용수까지 오염시켜 결국 우리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은 이미 상식화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염이 줄기는커녕 더욱 심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구의 도시 집중과 이에 따른 생활 하수의 증가가 주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공해 전문가의 분석으로는 강물을 오염시키는 원인 중 양적으로는 7대 3의 비율로 생활 하수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각 가정에서 중성 세제나 식용유의 사용량을 적정량으로 최소화하고 생활 하수도 정화조의 여과 단계를 거치도록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생활 하수를 화장실 정화조에 연결시켜 함께 처리하는데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우리도 연구 해볼만한 사례인 것 같다.
하수 속에 방류되는 공장 폐수도 강물 오염의 공범이다. 산업 폐수는 공장에서 자체 정화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 돼 있으나 단속의 눈을 피해 정화 장치를 가동하지 않고 그대로 하수구에 흘려 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단속에 걸려 내는 벌금액 보다는 정화 시설 운영비가 더 비싸게 먹힌다는 비양심적 기업주의 발상은 벌칙의 강화로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더욱 고취해야할 것은 인근 주민들이 고발 정신을 발휘하는 일이다. 내 마을에서 발생하는 공해는 지역 주민들이 합심해 막아낸다는 시민 정신의 발양으로 당국의 부족한 감시 능력을 보완해야하겠다.
그러고 나서 그래도 넘쳐나는 하수의 처리는 최종 단계인 하수 처리 시설의 시급한 보강으로 대처해야 한다. 강물의 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개인과 지역 주민, 그리고 정부가 삼위일체로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금수강산」은 옛말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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