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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이 뉴비틀은 고향이 멕시코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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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자동차 메이커의 국적과 생산지가 다른 수입차가 점점 늘고 있다. 멕시코산 폴크스바겐 뉴비틀(위쪽 큰 사진), 미국산 BMW X-5와 벤츠 M클래스(오른쪽 작은 사진), 벨기에산 포드 몬데오, 오스트리아산 크라이슬러 300C 디젤 등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업체들이 물류.인건비 부담을 덜려 생산기지를 해외로 많이 옮기면서 원산지와 국적이 다른 차들이 증가하는 것이다. 엔진 룸을 열어 보면 원산지가 기록이 쓰여 있다. 하지만 원산지는 달라도 성능과 품질은 똑같다는 게 해당 자동차 업체들의 설명이다. 공장 근로자의 국적만 다를 뿐 똑같은 생산 방식과 품질 검사를 해 어디서 생산하건 품질에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업체도 해외 생산을 늘리고 있어 앞으로는 해외에서 만든 차를 역수입해 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미 일본 업체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차를 수입해 내수용으로 내놓고 있다. 혼다는 소형차인 '아리아'를 태국 공장에서 가져온다. 레저차량(RV)인 엘리먼트와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MDX는 미국 공장에서 만들어 수입한다. 도요타는 영국에서 만든 중형차 아벤시스를 2003년부터 일본에서 팔고 있다.

◆원산지가 다른 수입차=BMW는 X-5 이외에 Z4 로드스터 차량을 미국 공장에서 만든다. 벤츠의 M클래스는 전량 미국에서 생산한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미국의 SUV 시장이 커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일 뿐 독일 공장과 같은 생산 방식을 적용해 품질이나 성능에서 전혀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팔리는 오른쪽 핸들의 BMW 3시리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만든다. 크라이슬러의 PT크루저는 미국이 아닌 멕시코가 원산지. 포드의 중형차 몬데오는 유럽 시장을 겨냥한 전략 차종으로 벨기에 공장에서 생산한다. 핸들링 성능을 높이기 위해 미국형 차보다 서스펜션을 더 딱딱하게 했다. 혼다의 대형 오토바이인 '골드윙' 역시 미국산이다.

자동차 국적과 원산지가 같지만 엔진이나 주요 부품이 다른 경우도 있다. BMW의 '미니(MINI)'는 크라이슬러의 4기통 엔진을 쓴다. 미니는 전륜구동이라 후륜구동만 만들어 온 BMW에 마땅한 엔진이 없어서다. BMW는 현재 차세대 미니용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올 10월께 한국에 들어올 크라이슬러의 소형 SUV인 '캘리버'에는 현대차 쏘나타2.4에 사용하는 엔진이 달렸다. 중대형에만 치중했던 크라이슬러가 현대차에 로열티를 주고 2.4ℓ급 엔진 기술을 샀다. 크라이슬러코리아 측은 "현대차와 엔진을 공동개발한 것이고 일부 기술사용료에 대한 비용을 현대차에 지불한 것"이라고 말했다. 크라이슬러코리아 관계자는 "기본은 같지만 완전히 새롭게 튜닝해 미국에서 생산했기 때문에 정숙성이 좋고 최고출력이 현대차 엔진보다 5% 이상 우수하다"고 말했다.

◆국산차 역수입은 가능성=현대차는 90년대 후반 노조와의 단체협상에서 '해외에서 생산한 차를 국내에 반입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010년 중국에서 현대.기아차가 100만 대의 생산 능력을 갖추면 저렴한 소형차는 중국에서 가져올 수도 있다. 현대차는 2010년 이후부터는 소형차를 국내에서 거의 생산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쌍용차가 역수입을 빨리할 수도 있다. 쌍용차의 대주주인 상하이차는 영국 로버사의 플랫폼(차체 뼈대)을 이용해 중소형 세단을 내년 말까지 개발한다. 노조가 반발할 가능성이 있지만 쌍용차는 2010년께 이 차를 수입해 팔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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