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등 국내 업체도 해외 생산을 늘리고 있어 앞으로는 해외에서 만든 차를 역수입해 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미 일본 업체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차를 수입해 내수용으로 내놓고 있다. 혼다는 소형차인 '아리아'를 태국 공장에서 가져온다. 레저차량(RV)인 엘리먼트와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MDX는 미국 공장에서 만들어 수입한다. 도요타는 영국에서 만든 중형차 아벤시스를 2003년부터 일본에서 팔고 있다.
◆원산지가 다른 수입차=BMW는 X-5 이외에 Z4 로드스터 차량을 미국 공장에서 만든다. 벤츠의 M클래스는 전량 미국에서 생산한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미국의 SUV 시장이 커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일 뿐 독일 공장과 같은 생산 방식을 적용해 품질이나 성능에서 전혀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팔리는 오른쪽 핸들의 BMW 3시리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만든다. 크라이슬러의 PT크루저는 미국이 아닌 멕시코가 원산지. 포드의 중형차 몬데오는 유럽 시장을 겨냥한 전략 차종으로 벨기에 공장에서 생산한다. 핸들링 성능을 높이기 위해 미국형 차보다 서스펜션을 더 딱딱하게 했다. 혼다의 대형 오토바이인 '골드윙' 역시 미국산이다.
◆국산차 역수입은 가능성=현대차는 90년대 후반 노조와의 단체협상에서 '해외에서 생산한 차를 국내에 반입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010년 중국에서 현대.기아차가 100만 대의 생산 능력을 갖추면 저렴한 소형차는 중국에서 가져올 수도 있다. 현대차는 2010년 이후부터는 소형차를 국내에서 거의 생산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쌍용차가 역수입을 빨리할 수도 있다. 쌍용차의 대주주인 상하이차는 영국 로버사의 플랫폼(차체 뼈대)을 이용해 중소형 세단을 내년 말까지 개발한다. 노조가 반발할 가능성이 있지만 쌍용차는 2010년께 이 차를 수입해 팔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김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