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쏙] 외국서 살다 온 자녀 … 교육을 어떻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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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귀국자 특별반 5학년 수업에서 3년째 특별반 담임을 맡아온 김윤아 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낱말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해외에서 몇 년 씩 지내다 귀국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조기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거나 부모의 일터가 국내로 바뀌면서 동반 귀국하는 등 사유도 다양하다.

이 학생들은 '영어를 잘 하니 좋지 않아' 하는 세간의 부러움과 달리 한국에서의 학교 생활 적응이 녹록지 않다. 귀국 후 한국에 대한 정서적 적응과 친구 문제가 힘겹고 국어.사회.수학 등 주요과목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귀국자 특별반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지만, 극소수에 불구할뿐더러 교육청의 예산 지원도 부족한 상태라 늘어나는 귀국 자녀를 감당해 내기는 역부족이다.

귀국 후 자녀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어머니 2명에게서 귀국 부적응 극복기와 뒤처진 실력을 따라잡은 학습법 얘기를 들어봤다.

◆ 정미경 어머니=재원(언주중 3)과 재훈(삼릉초 6)은 말레이시아에서 3년 반을 살다 왔다.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재원이는 국제학교를 다녔는데 한국에 올 때쯤 아이 입에서 미국에 가고 싶다는 얘기가 나왔다. 주변에도 적응을 못해서 다시 말레이시아로 돌아오는 아이들이 많아 걱정이 앞섰다. 인터넷으로 보니 언주중학교에서 이런 아이들을 위해 특별반을 운영하고 있었다.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을 만나 위로도 받을 겸 해서 특별반에 들여보냈다.

중학교 2학년 국어에서 '역지사지'등의 사자성어가 나오면 아무리 쉬운 문장도 겁부터 먹었다. 처음엔 귀가 후 밤 12시까지 학교 수업 위주의 예습.복습에만 전념했다. 1년 적응이 끝난 후 일반반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90점인 국어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과목에서 대체로 93~94점을 유지하고 있다.

◆ 신유선 어머니=올해 14살인 영재(휘문중 1)는 싱가포르에서 태어나 7년간 산 뒤 영국에서 3년을 살았다. 귀국후 적응이 힘들었던 건 당연했다. 그러나 여기 와서 적응을 못한다고 해서 해외로 나간다면 도피성 유학이 될 공산이 크다. "한국에 왔으니까 나중에 유학을 가게 되든, 일등을 하든 꼴등을 하든 적응을 해야 한다"고 같이 이를 악물었다. 국제학교도 안 보내고 귀국자 특별반도 안 넣었다.

아이로서는 학교생활이 버거울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도 시험을 보면 받침을 발음 나는 대로 쓴다. 특히 필기체로만 쓰다 한글을 쓰려니 글씨체를 잡아주기가 힘들었다. 부모가 먼저 한국에서 반드시 정착해야 한다는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본다. 선행학습을 하는 한국애들과 비교하지 말고 그 아이들보다 잘하는 점을 칭찬해 줘야 한다.

◆ 지도교사의 조언=언주중학교 김경희 교사는 "7년 이상을 살다 오면 1년 정도 걸리지만 2~6년 체류한 학생들은 대체로 2~3개월이 지나면 원상복귀가 되는 것을 느낀다"고 말한다. 김 교사는 특별반에서 1년간 적응기간을 주는 것을 추천한다. 동질감 있는 아이들끼리 정서적.학습적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체류가 길지 않다면 초등학교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편이 더 좋다.

김 교사는 "학습에 있어서는 본인이 다른 아이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들어가면 쉽다"고 말한다. 그는 ▶방과후 일주일에 한 시간씩은 보충학습을 할 것 ▶물어보는 것을 두려워 말고 공격적으로 배울 것 ▶어휘의 공백은 독서로 극복할 것 등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서울사대부설초등학교 김윤아 교사는 "초등학생은 한국에 대한 친숙함을 갖게 하기 위해 도시 투어, 박물관 체험, 한국 문화 체험 등을 수시로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원진 기자 <jealivre@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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