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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의 반격..."내연기관차, 미세먼지 주범 아니야"

중앙일보

입력

27일 한국자동차공학회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관한 '미세먼지의 현실적 해법, 내연기관차 퇴출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패널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한국자동차공학회]

27일 한국자동차공학회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관한 '미세먼지의 현실적 해법, 내연기관차 퇴출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패널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한국자동차공학회]

“내연기관을 퇴출하자는 이야기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습니다.”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자동차공학회가 주관한 ‘미세먼지의 현실적 해법, 내연기관차 퇴출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언성을 높였다. 이날 행사는 자동차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성토로 가득했다. 미세먼지 발생 원인에 대한 연구도 부족하고, 내연기관 퇴출로 인한 산업계 피해도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세계는 내연기관 차량에 점차 엄격해지는 흐름이다. 이산화탄소ㆍ미세먼지 배출 등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금지하는 정책도 등장하고 있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를 판매할 수 없다. 자동차 제조업체를 보유한 영국과 프랑스도 2040년부터 휘발유ㆍ경유차의 판매가 금지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도 2050년부터 내연기관 차량의 퇴출을 선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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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 세계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내연기관을 대체할 수 있는 전기·수소차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전기차 43만대와 수소차 6만 7000대 보급을 목표로 정책 속도를 올리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전기차 급속충전기 10만대, 수소충전소 310곳 등을 만들어 친환경 자동차의 충전 인프라도 확충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걱정스러움이 묻어났다. 내연기관이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이야기다. 첫 발표에 나선 배충식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국외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 비율이 지배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내연기관을 제한하거나 전기ㆍ수소차로 전환하는 정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특히 친환경성ㆍ에너지 안보ㆍ기술성ㆍ경제성 등을 고려할 때 내연기관이 더 나은 선택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미세먼지 저감 기술이 발달한 최신 경유차나 전기와 연료를 함께 사용하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PHEV)의 경제성이 뛰어난 덕이다. 배 교수는 “노후 경유차와 달리 신규 경유차는 비교적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적고 성능도 뛰어난 편”이라면서 “미세먼지 저감기술을 계속 개발해 내연기관차 산업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부품의 수가 적은 전기차의 숫자가 늘어나면 내연기관 차량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진다는 목소리도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부품의 수가 적은 전기차의 숫자가 늘어나면 내연기관 차량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진다는 목소리도 있다. [연합뉴스]

산업계의 충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전기차 제작에 필요한 부품은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3분의 1 수준이다. 구조가 복잡한 변속기나 엔진이 전기차에는 없기 때문이다. 대신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전기모터가 이들의 역할을 대신한다. 내연기관 차량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진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조철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넓게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5명 중 1명은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철강ㆍ화학ㆍ제조 기업에 종사하고 있다”면서 “국민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큰 자동차 산업과 친환경 자동차 전환을 어떻게 조화시키는지가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2ㆍ3차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고민이 많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가한 정부 관계자들은 전기ㆍ수소차의 도입이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유럽 국가들이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하는 등 친환경 정책이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박륜민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 과장은 “공해가 많았던 자동차가 매연 처리장치 등을 사용해 저공해로 넘어가는 것이 과거의 일이라면, 이제는 무공해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제조산업정책관 국장은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필름 카메라가 저물었듯이 시장 흐름은 지속해서 변하고 있다”면서 “친환경 트렌드에 맞게 산업을 연착륙시키고, 새로운 흐름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정책을 정비하는 것이 정부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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