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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의 엄포···18개월 묵힌 칼 '민간택지 상한제' 꺼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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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지난 4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규제에 따라 3.3㎡당 4800만원대에 분양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초그랑자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분양가가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규제에 따라 3.3㎡당 4800만원대에 분양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초그랑자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분양가가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꿈틀대는 주택시장에 잠자고 있는 또 다른 규제 카드로 엄포를 놨다. 지난 26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언급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이하 상한제)다.

민간택지 상한제 시행하면 #강남권 분양가 더 내려가고 #전매제한 기간은 늘어날 듯 #후분양도 상한제 적용 가능성 #가격 왜곡 논란·주택공급 감소 우려

민간택지는 택지지구·신도시 등 공공택지 이외의 땅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다. 상한제는 땅값과 정부가 정한 건축비를 합쳐 분양가를 결정하는 제도다. 공공택지에서 시행되고 있으나 민간택지에선 제도만 있고 아직 실제 적용은 없다. 정부가 언제든 쓸 수 있는 카드다.

정부는 2015년 유명무실해진 민간택지 상한제의 칼날을 2017년 8·2대책을 통해 다시 세웠다. 적용 요건을 촘촘하게 강화하면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뿐 아니라 서울지역 상당 부분에 적용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지정하지 않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권으로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이 민간택지 상한제를 부활만 시켜놓고 잠재우다 1년 반 만에 깨우는 이유는 HUG의 분양가 규제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보기 때문이다. HUG 규제에도 분양가가 많이 올랐고 최근 규제를 더 강화하기로 하자 강남권 재건축 단지 등에서 분양가 규제를 피할 수 있는 후분양 등 방법을 찾아나섰다.

지금은 정부가 민간택지 상한제를 쓰고 싶어도 바로 꺼낼 수 없다. 손을 봐야 한다. 지난해 9·13대책 후 강남3구 등 주요 지역 집값이 약세여서다. 현재 상한제 요건으로는 집값이 물가 상승률 2배 넘게 오르고 주택매매 거래량이나 청약경쟁률이 일정한 기준에 맞아야 한다.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는 상한제를 쓰지 못한다.

요건을 더 강화하거나 투기과열지구와 같은 규제지역으로 요건을 바꾸면 집값 상승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적용할 수 있다. 요건 변경은 국회를 통과할 필요 없이 국토부 선에서 가능하다.

현행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요건.

현행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요건.

민간택지 상한제가 시행에 들어가면 빠져나갈 틈새가 거의 없다. 상한제 지역 지정 후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바로 적용된다.

2007년 9월 민간택지 상한제를 처음 도입할 때는 시행 이후 사업계획을 신청하는 단지부터 적용했다. 2005월 4월 지정 지역에서만 상한제 시행으로 바뀐 뒤로는 지정 이후 입주자모집을 신청하는 단지부터 상한제 대상이다.

민간택지 상한제 시행 시기가 언제일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HUG를 피해 후분양 하다 상한제를 만날 수 있다. 상한제는 선분양이든 후분양이든 상관없다.

상한제가 시행되면 분양가가 HUG 제한 가격보다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반포 등 강남권에서 가장 비싼 지역의 상한제 가격이 3.3㎡당 450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4800만원대까지 오른 HUG 규제 가격보다 낮다. 주변 새 아파트 시세는 3.3㎡당 6000만~8000만원 선이다.

과거에도 상한제 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꽤 낮았다. 2010년대 초반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상한제로 분양됐을 때 최고가가 2013년 10월 분양한 강남구 대치동 옛 청실(래미안대치팰리스) 3.3㎡당 3200만원이었다. 그때 대치동에서 가장 비싼 대치아이파크가 3600만원 정도였다.

2014년 9월 서초구 서초동 삼호1차 재건축 단지(서초푸르지오써밋) 전용 59㎡가 상한제 가격 6억원에 나왔다. 인근 준공 4년된 서초교대e편한세상 같은 크기가 7억2000만원 선이었다.

강북지역도 마찬가지다. 2013년 6월 마포구 공덕동 공덕파크자이가 상한제로 3.3㎡당 1800만원대에 분양됐다. 전용 84㎡ 분양가가 6억원 정도였다. 2년 전에 입주한 래미안공덕5차 같은 크기 시세가 20% 정도 더 비싼 7억2000만원 선이었다.

과천은 3.3㎡당 3000만원을 넘지 못할 것 같다. 지난달 HUG 분양보증을 받은 과천자이 분양가가 3200만원대였다.

상한제 단지는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 서울 등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민간택지 상한제 적용 단지가 공개할 항목은 ▶택지비 ▶직접공사비 ▶간접공사비 ▶설계비 ▶감리비 ▶부대비 ▶기본형 건축비 가산비용 등 7가지다. 공개 항목이 공공택지 상한제 단지처럼 62개 항목으로 세분돼 있지는 않다.

분양가가 내려가는 대신 전매제한은 길어질 수 있다. 민간택지 상한제 단지의 전매제한 기간이 최장 4년이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70% 미만이면 4년, 70% 이상 3년이다. 현재 상한제 대상이 아닌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민간택지의 전매제한 기간은 3년이다.

주변 시세와 분양가 격차가 클 것으로 예상하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 전매제한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자료: 업계 종합

자료: 업계 종합

상한제로 분양시장이 ‘로또장’으로 되면 주택 수요 블랙홀이 돼 기존 주택시장이 타격을 받게 된다. 강남권 집값을 주도해온 재건축 단지는 사업성 하락으로 투자성이 떨어진다. 일반분양분 수입이 줄어드는 만큼 조합원 부담이 늘어서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잇따라 상한제로 분양된 2013~14년 분양시장엔 수요가가 몰렸지만 기존 주택시장은 가격 하락과 거래 감소로 몸살을 앓았다.

상한제가 재건축 사업성 악화를 덜어주는 측면도 있다. 일반분양수입이 줄면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재건축 부담금이 감소한다.

상한제에 따른 가격 왜곡 논란이 예상된다. 시세와 분양가간 격차가 벌어져 당첨자의 시세차익이 커지지만 대출 규제로 '로또'는 '현금 부자' 몫이 된다. 수억원에 달하는 분양가의 40%가 필요해 자금 동원력이 없으면 분양받지 못한다.

분양가가 3.3㎡당 2600만원 선까지 오른 서울에서 평균 가격의 국민주택 규모(전용 85㎡)를 분양받는 데 필요한 현금이 3억5000만원가량이다. 상한제로도 분양가가 9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3구에선 아예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주택공급 감소 우려가 높다. 상한제로 이윤이 줄어 메리트가 떨어진 주택 사업이 위축되기 때문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 민간택지 상한제를 폐지하려고 했던 주된 이유가 주택공급 감소였다. 민간택지 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08년 이후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이 뚝 떨어졌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주택시장의 태풍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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