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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평당 1억 넘긴다" 강남 재건축 들쑤신 후분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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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후분양을 결정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아파트. 지난해 12월 착공해 2021년 9월 준공 예정이다. 후분양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규제를 받지 않고 분양가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후분양을 결정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아파트. 지난해 12월 착공해 2021년 9월 준공 예정이다. 후분양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규제를 받지 않고 분양가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재건축 단지들에 후분양이 확산할 전망이다.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조합이 후분양으로 돌아선 데 이어 다른 단지들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한 방안이다. 착공에 들어간 뒤 일정 기간 후 분양하면 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않아도 돼 분양가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다.

10여년만에 강남권 재건축 후분양 #분양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지만 #예상치 못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하반기 과천 주공1단지 분양가 주목 #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 10여년 만에 다시 등장한 후분양은 아이러니다. 2003년 7월 노무현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재건축 투기를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재건축 후분양을 도입했다. 조합의 반벌이 거셌다.

현 정부는 후분양을 장려하고 있지만 강남권 재건축 후분양이 반갑지만은 않다. 고분양가를 억제하려는 정부 방침을 피하려는 ‘꼼수’로 보이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후분양이 주택시장에 미칠 파장도 걱정스럽다.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분양가를 자율적으로 받기 위한 후분양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재건축이 일반 아파트 사업장보다 후분양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부지가 조합원 땅이어서 사업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땅값의 금융비용이 없다. 전체 물량의 절반 넘게 차지하는 조합원 분양대금으로 공사비를 상당 부분 충당할 수 있다.

지난 4월 분양한 서초구 방배동 방배경남 재건축 단지(방배그랑자이)의 경우 사업부지 3만3400㎡를 매입했다면 연간 금융비용이 400억~500억원가량 필요하다. 조합원당 1억원씩이다. 이 단지 분양주택 725가구 중 조합원 몫이 65%(725가구)다.

강남권에선 주변 시세와 HUG의 상한 분양가 간 격차가 크다. 비용이 더 드는 후분양을 하더라도 선분양보다 많이 남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후분양을 결정한 상아2차의 경우 주변 시세는 3.3㎡당 6300만원 선이지만 HUG의 분양가 상한선은 4700만원대다.

대형건설사 재건축 담당 임원은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80% 이하이면서 3.3㎡당 1000만원 이상 차이 나면 후분양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강남권에서 일반분양 계획을 포함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아직 일반분양하지 않은 물량이 8500가구다. 건립 가구는 4만4000가구다. 예년 기준으로 보면 강남3구의 5~6년 치 분양·입주 물량이다.

후분양으로 분양가가 급등할 것은 분명하다. 조합이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가격을 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새 아파트 희소가치를 반영해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책정할 수도 있다.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서초구 반포 일대에선 3.3㎡당 1억원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반포 일대에서 가장 비싼 아크로리버파크가 3.3㎡당 8500만원 선이다. 전용 85㎡ 이하 중소형은 8800만원까지 나간다. 지난해 말엔 9000만원 넘게 거래되기도 했다. 아크로리버파크 주변에 나올 신반포3차·반포1단지 등은 입지여건에서 아크로리버파크 못지않고 후분양 한다면 분양 시기가 지금보다 3~5년 뒤여서 '신상' 이점도 있다.

조합 대부분이 후분양으로 기울면 앞으로 2~3년간 강남권 분양시장이 잠정 휴업에 들어가는 셈이다. 재건축이 강남권 분양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해서다. 노무현 정부 때 2008년부터 후분양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뒤 연간 재건축 일반분양 물량이 이전 1000~2000가구에서 200~300가구로 크게 줄었다. ‘로또 분양’도 사라져 분양 대기 수요가 기존 아파트 시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분양을 기다리다 지치거나 후분양 가격에 부담을 느껴 분양시장에서 빠져나가면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런데 후분양이 재건축 사업의 자충수가 될 수 있다. 후분양으로 일반 분양가를 높이면 재건축 부담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일반 분양가가 올라가 분양수입이 증가하면서 재건축 개발이익인 초과이익이 많아진다.

J&K도시정비 백준 사장은 “재건축 부담금 대상 단지들은 사업계획을 확정한 뒤 부담금 예정액을 계산해 조합원들에게 알려야 하므로 이때부터 후분양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건축 부담금 걱정이 많으면 조합원들이 사업에 소극적이게 된다.

올 하반기 후분양 예정인 과천시 주공1단지 재건축 단지. 공정이 골조공사 3분의 2 이상이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 없이 분양할 수 있다.

올 하반기 후분양 예정인 과천시 주공1단지 재건축 단지. 공정이 골조공사 3분의 2 이상이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 없이 분양할 수 있다.

이처럼 후분양 명암이 엇갈리는 가운데 후분양 도입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선분양보다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크고 당장 조합원 비용 부담이 늘기 때문이다.

조합이 기대하는 만큼 분양가를 높게 받지 못할 수 있다. HUG 규제는 받지 않아도 분양승인권자인 자치단체가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단지는 분양가 심의를 받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자치단체가 얼마든지 딴지를 걸 수 있다. 분양가가 뛰던 2000년대 중반 자치단체의 분양가 제동이 잇따랐다. 2016년 HUG 분양가 규제를 촉발한 강남구 개포동 주공3단지 분양 때도 구청이 분양가를 문제 삼고 분양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올 하반기 처음으로 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않고 후분양할 예정인 과천시 주공1단지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에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착공 후 2~3년 뒤 후분양 시점의 분양시장을 낙관할 수도 없다.

서초구 서초동 무지개 재건축 단지인 서초그랑자이가 주변 시세보다 3.3㎡당 1000만원 이상 낮은 가격에 분양보증을 받고 선분양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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