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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증 파고와 풍향은 어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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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기도회>
7일부터 시작되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기도회」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되고 있다.
사제단은 7일 오후 7시 구속된 남국현 신부 소속본당인 서울 청량리성당에서 「민주화와 민족통일을 위한 전국기도회」를 갖고 이어 함께 구속된 구일모 신부와 박병준 신부의 소속교구인 대전과 전주에서도 기도회를 갖는 등 전국적으로 시국기도회를 가질 예정이다.
사제단의 기도회에 대해 사제단 대변인인 장용주 신부(광주교구청 소속)는 『순수한 종교적 차원에서 통일에 대한 아픔과 민족이 안고 있는 부조리를 종교인의 언어·종교인의 몸짓으로 기도하는 모임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제단의 「시국기도회」는 순수 종교차원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은 명확하다. 사제단의 기도내용 중 중요한 것이 통일에의 열망인 만큼 재야·학생운동권의 적극적인 참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장 신부는 『재야·운동권과의 연대같은 것은 생각지도 않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통일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 자연적인 동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신부는 『그러나 과거 기도회의 경우에서 보였던 것처럼 행사 자체는 어디까지나 사제단의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행사로 진행될 것이며 비폭력·평화적으로 치러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주교사제단의 뜻이 그렇더라도 이번 시국기도회는 자연스럽게 소위 「민중적 통일논의」를 주장하는 세력들의 집회로서의 성격이 부가된 양태를 띨 가능성이 높다. 이들 재야·학생운동세력들은 문 목사방북·서경원 의원입북·임수경양 입북·문 신부입북 등의 사태로 공개적으로 통일논의를 추진해나갈 장을 찾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제들의 기도회를 통일주장을 펼 장으로 받아들이려 할 것이 분명하다.
사제단의 이번 기도회에는 통일추진세력뿐 아니라 전교조 등 많은 집단들의 참여도 예상된다. 지난달 31일 정의구현사제단의 문 신부파견추인결정이 있었을 때 명동성당에서 농성 중이던 전교조교사 등이 지지시위를 한 것이 그 같은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이들의 참여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대립상의 근원에는 통일문제가 놓여있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7일부터 있을 사제단의 기도회는 과거 몇 차례 있었던 사제단의 시국기도회보다 더 다발적으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
관련된 사제가 많고 그들이 교구 본당에서 기도회를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제단은 지난 74년 7월 10일부터 12월 30일까지 지학순 주교구속에 저항하면서 「사회정의 실천을 위한 기도회」를 전국적으로 가졌다. 각 교구단위로 서울 19회·지방 44회, 모두 63회의 기도회를 했고 신부 연인원 2천2백25명이 참석했다.
87년 「4·13중대결단을 반대하는 단식기도」때는 교구중심으로 3백42명이 참석하면서 대구대교구를 제외하고 전교구에서 기도회를 가졌다. 이번 기도회는 교구중심과 함께 본당에서도 열릴 것이기 때문에 훨씬 많은 기도회가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도회의 확산여부는 주교단과 사제단과의 상호이해에 따라 양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주교단과 진보적인 사제단의 사이에는 주교단이 사제단의 뜻은 받아들이지만 행동은 자제해 줄 것을 요망하고 사제단이 받아들이는 양태를 취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주교단의 적절한 시국에 대한 의사표명이 선행된다는 전제가 있었다.
이번 사제단의 기도회도 그러한 전례에 따라 일정한 선에서 매듭지어질 것인지 확실치 않다. 통일문제로 사태가 발단되었고 통일문제에 있어서는 서로간의 의견차이가 예상보다 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천주교의 오랜 전통에 따라 주교단의 앞으로 있을 어떤 결단에 순명할 것이라는 것이 천주교단내의 공통된 생각이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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