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들어선 뒤 기형어 자주 잡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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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영광주민 "생태계 오염" 주장>
86년 전남 영광군 홍농읍 계마리에 95만㎾급 초대형 발전소 2기가 들어서면서 이 조그만 지역의 자연생태와 주민들의 삶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했는가.
원전근로자의 부인이 두 차례나 기형아를 유산시킨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방사능오염가능성을 놓고 한전과 인근 주민간의 공방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주민들은 원전이 가동된 이후부터 이 지역에 심한 환경오염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곳 토박이로 성산리 생계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상일씨(48)는 『원전이 가동된 이후부터 칠산앞바다에서 기형어가 자주 잡히고 있다』고 밝히고 『기형어가 주민의 농약사용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원전에서 흘러나온 화학약품이나 방사능에 의한 것인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나 주민 상당수가 이런 현상에 불안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이 말하는 칠산앞바다는 영광을 중심으로 한 연근해.
이곳에서 고기잡이를 계속해 온 강구현씨(30)는 『2년전만해도 기형어는 1년에 몇 번 구경할 정도였다』고 말하고 『핵 발전소가 들어선 이후 혹이 달리거나 등이 굽어지는 이상한 모양의 물고기가 자주 잡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특히 운저리(망둥어의 일종) 같은 어종의 경우 기형어 발생률이 매우 높아 4백여 마리를 잡아 놓으면 수십 마리가 이상한 기형어일 때도 있다』며 잦은 기형어 출현에 불안해했다.
강씨에 따르면 또 얼마 전에 이곳의 한 어민이 등이 세 곳이나 구부러진 흉칙한 고기를 잡은 적도 있다고 말하며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기형어를 잡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금년 초 기형어발생을 놓고 발전소 측과 핵발전소 폐쇄를 요구하는 주민단체들간에 열띤 논쟁이 있었다.
영광핵발전소 추방운동연합회(회장 서단)는 『지난 3월 원자력발전소에서 5㎞떨어진 칠산앞바다에서 어부 강상기씨(31)가 조업도중 등이 굽고 지느러미가 없는 기형어를 잡았고 또 다른 주민들은 내용물이 파랗게 변색된 굴을 채취했다』고 밝히고 『이는 방사선이나 원전에서 배출되는 약품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의문을 제기 했다.
이 연합회는 또 『영광원전은 매초 70t의 뜨거운 물을 바다에 흘려보내고 있으며 이 배수에는 방사능물질이 포함돼 있어 인근 해역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광원전 측은 『핵추연 등 일부단체가 마치 기형어의 출현이 영광원전으로 인해 생긴 듯이 호도하고 있다』고 이들 단체의 주장을 반박했다.
발전소 측은 『기형어는 발전소건설 이전에도 일부 존재했으며 요즘 급증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기형어 출현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올 3월에 원전근처에서 수많은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숭어 등 많은 물고기들이 발전소 수로를 따라 하얗게 떠오른 것.
이에 대해 발전소 측은 『물고기의 떼죽음은 갑작스런 한류의 유입과 차아염소산소다(원전취수구에 조개 등 바다생물이 붙지 못하게 하는 약품)의 사용이 겹치면서 일어난 현상이지 방사능과는 무관하다』며 모든 현상을 방사선오염쪽으로 몰고 가려는 일부 주민들의 주장에 불만을 표시했다.
영광원전 방사선관리부장 민우실씨는 『바다로 방출되는 방사선량의 연간허용치는 3밀리렘이고 대기방출허용치는 연간 5밀리렘인데 현재 영광원전에서 방출되는 방사선량은 이 허용치의 1백분의 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분명히 원전건설 이후 생태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이 변화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광=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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