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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통화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아르헨티나의 국립조폐공사 직원들이 자체시설 및 자재를 이용, 지난2년 동안 수십억 달러 상당의 고액권 아우스트랄화 지폐와 공채증권 등을 불법적으로 찍어내 전국에 유통시켜온 사건이 최근 수사당국에 적발돼 위기의 아르헨티나 경제가 또 다른 충격파에 휩쓸리고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역사상 처음이며 전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조폐공사 내부의 지폐 복제 및 유통사건은 정보기관 중의 하나인 국가정보청(SIDE)과 경찰이 비밀수사 끝에 최근 조폐공사의 화학실험실 실장인 에두아르도 알레랑드로 페트론시씨(32)를 비롯한 직원 6명을 구속하면서 그 전모가 밝혀지기 시작했다.
수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조폐공사에서 11년간 근무해온 페트론시와 5명의 기능공들은 조폐공사의 인쇄창에서, 사용되는 인쇄시설, 잉크 및 화학물질, 그리고 조폐용지 등을 이용, 5백 아우스트랄 및 1천 아우스트랄권 지폐를 2중으로 찍어내 일련번호가 같은 「쌍둥이 지폐」를 대량으로 유통시켜왔다는 것(1아우스트랄=약1원).
이들은 또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서쪽 및 북서쪽의 살타, 투쿠만 및 라리오하주와 수도권의 부에노스아이레스주가 발행하는 지방공채증권과 기타 정부발행 유가증권을 복제해 전국에 팔아 왔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당국은 이들이 불법적으로 찍어낸 지폐와 유가증권의 총액이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정부소식통들을 인용한 언론보도들은 이들이 불법발행 유통시킨 지폐의 총액이 6백억∼1천억 아우스트랄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에두아르도 두알데 부통령도 막연하게 『수십억 달러 규모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로돌포 프리헤리 재무장관은 현재 유통되고 있는 『쌍둥이 지폐의 총액이 전체 통화의 25를 상회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비해 일부에선 40%에 달할 것으로 전망.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밝힌 지난1일 현재 아우스트랄화의 국내 총통화량은 약6천1백50억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로서는 합법적인 지폐와 오래 전부터 금융시장에서 통용되고 있는 불법지폐의 식별이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속수무책인 것 같다. 이에 대해 관측통들은 정부가 불법지폐를 합법적으로 공급한 총통화량에 포함시켜 앞으로 통화정책을 퍼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구속된 범인들 중 주범인 페트론시는 지난87년 살타 주가 발행한 지방공채증권을 몰래 찍어내 팔면서 재미를 붙이기 시작, 차츰 담대해지면서 지폐복제에 손을 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1년 동안 조폐공사에 근무해온 그는 유일한 수입원인 봉급만으로는 불가능할 만큼 자주 지방여행을 하며 분수에 넘치는 지출을 해온 사실 때문에 덜미를 잡히게됐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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