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당사국들도 비밀통로 있는 법"|박준규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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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철언 장관 방북설의 진원지로 여권이 거론되자 민정당 당직자들은 몹시 불만스런 표정으로 자신이 발설자로 지목될까 몸조심.
4일 오후 당 국책연구소에서 열린 『국책연구』 발간 기념다과회에서도 당직자들은 박 장관에게 『아니라고 못박아야지 왜「사실과 다르다」는 식으로 애매하게 표현해 혼란을 자초하느냐』고 추궁했는데 박 장관의 「자가발전」을 의심하는 눈치.
한 당직자도 『그 내용을 아는 건 박 장관 진영뿐인데 우리보고 부인하라면 어떻게 하느냐』고 불만을 털어놓고 『이렇게되면 국민들은 박 장관을 대단한 거물로 생각하겠지』라고 은근히 소문의 이익이 박 장관에게 갈 것으로 추측.
그러나 박준규 대표는 5일 노태우 대통령의 부인발표 요구 때문인지 격앙된 목소리로 『전쟁당사국간에도 비밀통로는 있는 법인데 치마 밑 얘기까지 까뒤집으란 말이냐』고 언론보도에 불만을 표시하고 『박찬종 의원같이 벌거벗고는 대권 도전을 못한다』고 비난.
○…김대중 평민당총재는 5일 기자간담회에서 박철언 정무장관의 비밀 방북설에 대해 『문제의 본질은 갔다, 안 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박 장관이 언제, 몇 번 갔다왔나를 국민에게 알려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줘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
김 총재는 『키신저도 중국에 갔다온 뒤 얼마 뒤에 이를 공개했다』면서 『영원히 비밀로 남겨둬서는 안 될 것』이라고 부연.
김 총재는 파문의 배경을 『여권 내 세력갈등』이라고 단정짓고 『남북화해와 통일을 원치 않는 5공 세력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고 경계.
○…민주당은 5일 박철언 정무장관의 방북설이 정치쟁점화 하는 양상을 보이자『비밀접촉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정권차원의 악용은 반대』라는 입장을 확립.
이인제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미국이 이란 및 리비아 등과 적대적 관계이면서도 핫라인을 가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예로 들며『남북간의 핫라인 존재가 관계개선에 1%라도 도움이 되면 됐지 악화시키는 요인은 아닐 것』이라고 강조.
이 대변인은 그러나 『비밀접촉이 당리당략의 차원에서 악용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제동」의 필요성을 지적하고는 『국익과 당리의 구별을 어떻게 하느냐』는 물음에는 답변을 유보.
한편 비밀접촉에 대한 노 대통령의 3김 총재 사전 통보여부에 대해 당 관계자들은 『청와대 회담내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할 수 없다』고 밝혀 접촉사실 정도는 당이 이미 사전에 감을 잡고 있었음을 암시.
○…김종필 공화당총재는 5일 기자간담회에서 박철언 정무장관의 방북설에 대해 『나로서는 진상을 알 수 없으나 북한에 갔다하더라도 그를 보낸 사람(대통령을 지칭)의 판단을 인정하면 되는 일이지 문제나 의혹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
김 총재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을 문제삼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며 『정부도 남북관계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답변할 내용이 있다면 답변해주면 되는 것』이라고 가볍게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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