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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오른 나경원, 타개책 고민하는 황교안… 한국당 부결 후폭풍

중앙일보

입력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구멍난 군사경계! 청와대 은폐조작! 文정권 규탄대회'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뉴스1]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구멍난 군사경계! 청와대 은폐조작! 文정권 규탄대회'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뉴스1]

자유한국당의 '투톱'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나란히 고민에 빠졌다. 나 원내대표가 24일 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결론낸 국회 정상화 합의문이 불과 2시간만에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거부당하면서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왼쪽)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복도에서 조우,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왼쪽)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복도에서 조우,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리더십 위기 빠진 나경원=나 원내대표는 곤혹스런 처지가 됐다. 진통 끝에 만들어낸 협상안이 같은 당 의원들에게 퇴짜를 맞으면서 나 원내대표의 당내 리더십이 위기에 몰렸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에서도 “기껏 만든 협상안을 무산시켰다”며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의문 부호를 달기 시작했다. 당 안팎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모양새다.

이런 나 원내대표를 두고 2014년 박영선(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연상케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특별법 합의 과정에서 같은 당 의원들에게 합의안을 두 차례 퇴짜 맞은 뒤 두달 뒤(9월 30일)에야 최종 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소통이 부족했다”(새정치민주연합), “파트너로서 못 믿겠다”(새누리당)는 비난 속에 합의안 발표 이틀 뒤인 10월 2일 원내대표직을 스스로 내놨다.

나 원내대표로선 당에서 협상안을 퇴짜 맞은 만큼, 일단 민주당과의 재협상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금이라도 진전된 협상안이 있어야 한국당 의원들을 향한 설득에 나설 수 있어서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립현충원 무명용사탑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선거법ㆍ공수처법에 대한 민주당의 진전된 제안이 있어야 된다. 재협상하지 않으면 국회를 열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시간이 지나면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새로운 협상이 가능할 거란 착각은 꿈도 꾸지 말라”며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에 따라 빠른 재협상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 전쟁 69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왼쪽),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나란히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2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 전쟁 69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왼쪽),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나란히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타개책 고민하는 황교안=이에 따라 한국당 안팎에서는 황교안 대표 책임론과 역할론이 함께 거론된다. 나 원내대표가 여야 협상 등 국회 현안을 사실상 도맡아 했다고는 하지만, 협상안을 암묵적ㆍ공개적으로 승인한 황 대표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게 이유다. 나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이날 국회에서 ‘황교안 대표와 합의문을 조율했느냐’고 묻는 기자들에게 “다 논의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일단 황 대표는 이번 합의안 부결 사태의 초기 대응 과정에서 관련 언급을 최대한 삼가는 ‘로키(low key)’ 전략을 구사 중이다. 황 대표는 25일 6.25 기념식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지금 정치 상황을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관련 발언을 회피했다.

황 대표의 이같은 전략에 대해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위기에 몰린 나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합의안이 부결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 황 대표가 ‘협상을 잘못했다’는 메시지를 낼 경우 나 원내대표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자칫 대표 메시지가 잘못 나가면 당내 분란이 생길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황 대표가 머지않은 시점에 타개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황 대표가 협상력이 떨어진 나 원내대표를 측면에서 지원하면서, 동시에 당내 강경파도 달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국당의 한 초선의원은 “민주당과의 협상도 중요하지만 당 의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도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차기 사무총장 인선도 이전보다 더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영익ㆍ김준영 기자 hanyi@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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