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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원내대표' 데자뷔?…리더십 시험대 오른 나경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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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4일 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합의해 들고 온 국회 정상화 합의문이 불과 2시간만에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거부당하면서,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가 됐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왼쪽부터)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나경원 자유한국당,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왼쪽부터)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2014년 박영선(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여야 협상안 추인을 잇달아 거부당하며 정치적 위기를 맞았던 것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둘 다 각 당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라는 점과, 비주류 출신이라는 점도 공통분모다.

2014년 5월 취임한 박영선 원내대표는 당시 세월호 참사 후속 대책 협상 과정에서 당내 반발에 부딪혔다. 2014년 8월 7일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특별법에 따라 구성될 진상조사위의 조사가 미진할 경우 상설특검법에 따라 특별검사를 추천하되, 진상조사위 구성에선 유가족 추천 몫을 3명(당초 새누리당 안에선 2명)으로 늘리는 내용에 합의했다.

이를 추인받기 위해 박 원내대표는 3일 후인 11일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당내 반발로 합의가 무산됐다. 7명의 특별검사추천위원회 구성에서 당연직을 제외한 국회 추천 몫 4명 중 3명 이상을 야당 몫으로 받아내지 못하고 이를 여야 동수(2:2)로 합의했다는 게 반발 이유였다.

2014년 8월 19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왼쪽)와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4년 8월 19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왼쪽)와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문제가 된 특검 추천위와 관련 박 원내대표는 8월 19일 여당 몫 2인을 야당과 유가족의 사전동의 하에 선정하는 ‘8.19 합의’를 도출했다. 하지만 이튿날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또 거부당했다. 당시 세월호 유가족들이 “여당 추천 몫을 아예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고 의원들이 의총에서 “유가족 의견을 따라야 한다”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특별법 합의는 결국 9월 30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특검 추천위와 관련해 ‘8ㆍ19’ 합의 내용을 인정하되 특별검사 후보를 여야 합의로 4명을 제시하기로 ‘이중 장치’를 걸었다.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이뤄냈지만, 결과적으로 박 원내대표에겐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협상 과정 동안 유가족들로부터 “적과의 동침을 했다”는 비난을, 당내에선 “안팎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새누리당으로부터는 “협상 파트너로서 못 믿겠다”는 불신을 받았다. 결국 박 원내대표는 합의안 추인 이틀 만인 10월 2일 당 의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원내대표직, 그 짐을 내려놓으려 한다”고 밝히며 사퇴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 원내대표를 과거의 박영선 원내대표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긴 힘들다는 관측도 많다. 박영선 원내대표의 경우 세월호 유가족이라는 외부자들의 집단 반발이 협상 타결을 어렵게 만든 요인이었지만, 나 원내대표의 경우엔 당내에서만 반발이 나온다.

또 박영선 원내대표는 당시 당내 주류 세력였던 ‘친노’ 그룹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친노의 수장이었던 문재인 의원은 8월 7일 1차 합의안이 나온 직후 트위터에 “여야 합의보다 더 중요한 건 유족들의 동의”라면서 재협상을 요구했다. 문 의원은 또 8월 19일 2차 합의안이 도출된 당일 돌연 광화문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단식 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금과 박영선 원내대표 시절과는 비교하기 어렵다. 의총에서 불만이 나온 대목은 합의 처리 과정과 합의 문구이지 나경원 흔들기와는 전혀 상관없다. 오히려 나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훨씬 많았다”고 전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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