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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민영화 주식 백% 공개입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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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중은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3일 정부가 확정 발표한 한중민영화방안은 작년 9월 관계장관회의의 결정내용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도 한중문제가 관계부처간 정책결정에 뜨거운 이슈로 재등장해 온 것은 6공들어 여러모로 경제상황이 달라졌다는데 있다.
즉 정부가 균형·형평을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내걸고 이 과제의 해결 없이는 향후의 경제발전도 기약하기 힘들다는 분위기 속에 부실기업 정리나, 경제력 집중문제의 해결 방식도 과거와는 궤를 달리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온 것이다. 경제기획원이 한중민영화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간단히 말하면 이 때문이다.
결국 한중처리는 기획원 측이 당초 「무리한 민영화라면 현재의 공기업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에서 민영화로 일보 후퇴하는 대신 인수기업에 대해 일체의 특혜조치를 배제하는 절충형식으로 마무리지어졌다. 관계부처간 이견이 심했던 인수기업에 대한 공정거래법상 출자제한조치나 여신관리규정상 예외를 일체 인정치 않기로 한 것이 바로 이런 조치다.
그러나 과연 어느 기업이 한중을 인수하느냐 하는 것이다.
한중처리문제가 작년부터 여론화한 이후 현재까지 직·간접으로 인수의사를 밝힌 기업은 현대를 비롯, 삼성·쌍룡·한국화약·럭키금성·선경·동부 등 이른바 10대그룹이 모두 망라되어 있다.
한중의 인수조건이 엄격하게 정해짐으로써 이들 기업이 인수경쟁에 모두 뛰어들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우선 이들 대부분의 기업들은 공정거래법상 출자제한한도에 걸려있는데다, 여신관리규정을 엄격히 적용하기로 함으로써 운신의 폭이 대폭 좁아졌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내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관계당국은 한중이 비록 자본금(4천2백10억원)을 거의 잠식한 상대이긴 하나 총1백30만평의 한중 창원공장 등 엄청난 공장입지와 재계판도를 바꿔놓을 만한 산업 설비분야에 진출을 노리는 기업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원전 13, 14호의 기자재는 당초 계획대로 한중에 발주키로 한 것도 정부로서는 유찰을 막기 위한 배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제기획원 측은 이달중 입찰이 유찰될 경우 1회로 입찰을 마감, 현 공기업 체제하에서 과감한 경영쇄신을 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정부도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된다.
또 현대가 입찰에 참여할 경우 법정소송중인 정산분쟁을 끝내고 현 한중노조의 반발도 무마시킬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어떻든 정부가 인수기업에 대한 특혜배제장치속에 한중의 민영화를 단행키로 한 것은 일단 정부의 일방적 지원속에 재벌의 분할 점거식으로 전개되어온 과거의 부실기업정리 방식을 탈피했다는데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의 결정을 놓고 10개월이나 한중처리를 지연시켜야 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업계에서는 한중이 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매력적인 기업은 아닌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공업의 특성상 매출액회전율이 연1회로 경영정상화에 시일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데다 특혜로 거론되고 있는 공장부지도 그린벨트로 묶인 곳이 많아 업종다각화 등의 전용에 난점이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과거 부실기업 정리 때의 각종 유예조치는 고사하고 유상증자조차 금지시킨 채 부동산과 계열기업매각만으로 인수대금을 3년내 상환토록 엄격한 제한조치를 취함으로써 인수경쟁에 뛰어들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는 반응이다. <한종범·장성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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