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부 반발로 진통예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천주교 평신도협의회 회장단이 3일 협의회 이름으로 발표한 성명을 계기로 일단 평신도들의 문규현 신부 파북 파문에 대한 입장이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에서 이견을 내세움으로써 앞으로 교회내부의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주교단의 담화를 지지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천주교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는 2백50만 카톨릭 신자들의 모임이다.
전국14개 교구의 신자와 16개 신자단체가 포함되어 있으나 실제 운영은 회장단회의·상임위원회회의·총회에서 결정하는 내용에 따른다.
천주교 주교회의가 인정한 유일한 신도단체로 천주교의 중요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며 80년대 초·중반까지 진보적인 자세를 보였으나 요즈음은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전국평협(약칭)내에 소속된 신도단체는 카톨릭 농민회를 비롯, ▲노동 청년회 ▲실업인회 ▲여성 연합회▲성경 봉사회▲언론인회▲의사협희▲간호협회▲꾸르실로▲맹인선교회▲레지오마리애▲빈센치오▲MBW추진회▲군종후원회▲메리지 엘카운터 등16개 단체다.
천주교는 교구별· 단체별로 독립성이 강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의사결집은 대체로 어렵다. 3일의 회의도 회장단의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체의사가 반영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와 관련, 이날 회의를 지켜본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총회가 소집되어야한다』 는 주장을 하고 있다. 또 소속단체의 일부에서는 『3일 성명은 회장단의 성명』이라는 주장과 함께 총회의 소집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총회는 각 교구 평협 대표3인과 각 소속 단체 대표1인, 임원 등으로 구성된다. 이미 드러나고 있는 전국 평협 내부의 의견불일치는 앞으로 평협 내부의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이는데 이와 관련해 4일 열릴 서울평협 상임위원회와 12일부터 이틀간 원주교구 배론성지에서 14개교구 대표와 16개 단체대표가 모여 열릴 전국 평협상임위원회의 토의내용이 주목된다.
3일의 전국평협 성명은 미리 마련된 초안을 토론을 거쳐 수정하여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초안 검토에 앞서 참석자들의 자유로운 의견개진이 있었는데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는 처음 의견일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듯 가끔 고성이 회의장 밖으로 들려왔다.
회의장 밖으로 들려나온 이야기는 『사제들이 주교들에게 의논하고 문 신부 파북을 결정했어야했다』 『주교들의 방침에 사제들이 따르지 않는다면 평신도들이 따르기를 어떻게 기대할 수 있느냐』 『주교들만이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다』등 주교들을 따라야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이에 대해 『사제들이 통일문제나 정치적 문제를 위해 문 신부를 북한으로 보낸 것이 아니다. 어린양을 보호하기 위한 사목적 입장이 아니었느냐』 『신도들은 주교보다 본당 신부와 더 가깝고 그들의 말을 따른다』등의 발언도 있었다.
참석자중에는 초안에 대해 『주교단의 의견만 반영하면 사제단의 주장과 배치된다. 두 의견을 우리가 다 수용할 수 있느냐. 성명을 내면 사회에 천주교내의 분열이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다.
참석자들은 결론적으로 천주교단의 일치된 모습을 보여주자는 데로 의견을 모아갔다.
전국 평협회장단은 10월에 있을 세계성체대회가 지장 받을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신부들의 구속에 대해 증거인멸·도주의 위험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불구속조사를 강력하게 주장하려다 유감표시로 끝낸 것도 정부당국과 타협의 여지를 마련해보려는 고심의 소산이었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정의구현 전국 사제단측도 결정에 관심이 많은 듯 몇몇 젊은 사제들이 회의장밖에 있으면서 성명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성명이 나오자 사제단 측은 『보수적인 회장단들의 결정』이라고 짧게 코멘트했다. <임재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