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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앞두고 나이 낮춘 공무원 157명, 경찰 수사 착수

중앙일보

입력

2019년도 지방공무원 9급 공개경쟁 임용시험이 전국 17개 시·도 444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실시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응시생들이 고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2019년도 지방공무원 9급 공개경쟁 임용시험이 전국 17개 시·도 444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실시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응시생들이 고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한 시민단체가 퇴직을 앞둔 공무원들이 연령을 낮게 변경한 사실을 공개하며 '퇴직 시기를 늦추기 위한 꼼수'라는 의혹을 제기하자,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위례시민연대, 공무원 나이 변경 실태 공개 #평균 1년 6개월 낮춰, 4년 낮춘 경우도 #부산경찰청 광수대, 24일 정식 수사 착수

위례시민연대는 최근 홈페이지에 166명의 공무원 나이 변경 실태를 공개했다. 시민연대는 지난달 15일부터 한달간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교육자치단체에 정보공개청구를 청구해 자료를 받아서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2015년 1월~올 5월 166명의 공무원이 나이를 변경했는데, 이중 157명(96%)이 나이를 줄였다.

157명은 평균 1년6개월 생일을 늦췄다. 2년 이상 나이를 줄인 공무원도 20명이었다. 4살을 낮춘 경우도 있다. 서울 동작구청에서 근무 중인 공무원은 생일을 43개월, 강남구청 공무원은 40개월, 송파구청 공무원은 39개월 줄였다.

이득형 위례시민연대 운영위원장은 "한국전쟁 이후 출생한 50~60대는 출생신고가 늦어 실제보다 호적에 늦게 올린 경우가 일반적"이라면서 "공무원들이 호적 나이보다 더 어리게 변경한 것은 이상한 일"이라 지적했다. 또 "2~4년 나이를 낮춘 공무원들은 4~6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는 의미인데 상식적으로 납득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나이를 줄인 시점도 문제 삼았다. 85명이 승진 직후 출생연월을 늦췄다. 이 위원장은 "승진한 뒤에 나이를 낮추면 높은 직위에서 높은 월급을 받는 기간이 길어진다"면서 "결국 이후 퇴직 후 연금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공무원 연금액은 평균월급과 재직 연수를 고려한다.

이런 의혹이 제기되자, 경찰이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위례시민연대에서 공무원 나이 변경 실태와 관련된 자료 일체를 넘겨받아 24일 수사에 착수한다. 박종하 경위는 "이들이 나이 변경을 위해 제출한 서류 중 허위 문건 등이 있는지 확인할 것이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문서·공문서 위조가 적용된다. 재산상 이득을 본 부분이 있으면 사기죄도 추가된다"고 말했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은 높은 수준의 사회적 연대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개인적 이익을 앞세워 공동선을 지키려는 노력하지 않는다면 바람직한 공무원의 태도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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