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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아니었나···중국은 어떻게 바이올린의 고장이 되었나?

중앙일보

입력

중국산 바이올린  

괜시리 질이 떨어질 거 같다라는 이미지가 연상된다면 그것은 착각. 세계 바이올린의 30%가 중국 장쑤성의 작은 도시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유창한 연주법은 모르지만 제조에는 달인인 그들. 그들은 어떻게 중국을 바이올린의 고장으로 이끌었나?

[출처 티에쥔촨메이망]

[출처 티에쥔촨메이망]

2007년 LA 타임스는 '중국: 바이올린 제조 왕국'이라는 제목으로 중국의 바이올린 산업에 대해 보도한 적이 있다. 중국은 완벽한 조립라인을 갖추었고, 시간당 50센트의 인건비로 숙련된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 결과, 25달러도 안되는 가격에 제품 하나가 뚝딱 만들어졌다. 이는 결국, 독일과 프랑스의 저가 바이올린 시장을 파고들었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해외 매체들은 '메이드 인 차이나' 가 바이올린 분야에서 보여준 독보적인 생산능력이, 완구, 옷, 세탁기, 가구에서 이미 보여줬던 차이나파워와  다르지 않다고 눈여겨 봤다. 세계 바이올린의 최고급 제품은 여전히 유럽이지만, 값싼 노동력과 기술력을 앞세운 중국산 바이올린은 시장에서의 선두라는 얘기다.

세계적인 바이올린 제조국으로 떠오른 중국

해외 보도로 주목을 받은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여전히 세계 대다수 학생의 바이올린 생산을 책임지고 있다. 영국 바이올린으로 알려진 입문용 바이올린 '스텐터(STENTOR)'는 메이드인 차이나다.  중국 장쑤성의 작은 마을인 타이싱(泰兴) 황차오전(黄桥镇)에서 만든 제품이다. 현재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이곳에서만 지난해 악기 생산액은 22억 8000만 위안(약 3,861억원), 판매수입은 24억 위안(약 4,064억원)에 달했으며, 연간 바이올린만 100만 세트를 넘게 생산하고 있다.이곳에서 생산된 바이올린이 구미국가를 포함, 90곳의 나라에 판매되고 있다. 그 중 OEM 방식이 약 60%를 차지한다.

[출처 중국신문주간]

[출처 중국신문주간]

황차오에는 다수의 악기 제조상들이 포진되어 있다. 그 중 가장 잘나간다는 펑링그룹(凤灵集团)을 제외하고도 연간 생산액이 3000~6000여만 위안이 넘는 기업이 80곳이 넘으며, 개인 공방은 100여 곳으로 마을 전체가 악기로 먹고 사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2만 명의 소도시에서 주민 3만 5000명이 바이올린 관련 업계 종사자로 일하고 있는 이곳은 이미 악기문화산업단지로 조성되어 중국의 특색 마을로 지정되기도 했다.

음악굴기로 행진하려는 중국 정부는 더욱 박차를 가한다.  2021년까지 300곳의 악기 제조업들을 한데 모으고, 연간 100억 위안 생산 규모를 목표로 전세계 음악 산업 속 중국의 위상을 높인다는 포부다.

입문 바이올린 199위안(3만 3천원부터)~

물론 바이올린 제조왕국이라 불리면서도 명암은 존재한다. 공장용 저가 바이올린이라는 오명이다. 고급 바이올린은 전문 기술자가 처음부터 끝가지 직접 수작업으로 완성한다. 공장에서 기계 찍듯 생산해내는 바이올린과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싸고 수준도 별로'라는 지적을 중국도 모를 리 없다. 황차오의 바이올린은 반기계화 생산이다. 산업집중도가 매우 높고, 분업이 정교화되어 있어 노동력과 물류 원가를 크게 낮췄기 때문에 저렴한 것이지, 품질 자체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싸구려 바이올린'의 이미지가 발목을 붙잡자, 중국은 바이올린 업계의 전문가를 기술고문으로 영입하는 등 품질 향상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단지 싸구려 바이올린이나 만드는 곳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이곳에서 생산한 바이올린은 처음 바이올린 연주에 입문하는 전세계 수많은 학생과 부모의 수요를 모두 충족시켜준다. 더군다나 해외 유학을 마친 중국 인재들이 속속들이 본국으로 돌아와 중국 현악기의 수준을 높이는데 집중적으로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50년의 역사, 300명의 인정받은 바이올린 제조자들, 중국이 세계의 바이올린 공급을 견인하고 있다

이제는 만들지 않는 물건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인 중국산 제품. 과거에는 싸구려 제품으로 치부당한 중국 제품이 이제는 '대륙의 실력'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급부상하고 있다. '가성비' 높은 중국 제품과 경쟁하려면 한국 기업은 어디서 그 기회를 잡아야 할까?

차이나랩 이은령

[출처 네이버중국]

[출처 네이버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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