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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의소곤소곤연예가] 1년 내내 콩밥 … 한영실의 '어릴 적 밥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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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매주 일요일 저녁, 밥상 위에 한 가득 건강을 차려주는 KBS-2TV '비타민'의 한영실 교수. 언제 들어도 윤기 자르르한 갓 지은 찰밥처럼 맛깔스러운 설명으로 우리의 입맛을 바짝 당겨주는 그녀에게도 편식(偏食)의 기억이 있다고? 설마~

"저희 어머니는 생일날만 빼곤 일 년 내내 잡곡밥을 지어주셨어요. 덕분에 어릴 적 저도 여느 아이들처럼 콩을 유난스럽게 한 알 한 알 골라냈죠. 그러면 어김없이 어머니는 잔소리와 꾸지람을 하셨죠. 그래도 정 못 먹겠으면 꼭꼭 씹어서 그냥 뱉으라고."

그럴 거면 왜 굳이 먹느냐고 어린 영실이 물으면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콩은 씻은 물만 먹어도 약 된다'고. 그렇게 '약이다'생각하고 꼭꼭 씹어 먹다 보니 어느새 콩의 구수한 맛을 알게 되어 지금은 소문난 콩 매니어가 되었는데.

"그 후 지금까지 밥을 지을 때 단 한 번도 콩을 빠뜨린 적이 없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릴 적 콩을 열심히 먹어서 제 키가 크지 않았을까…."

연예인들을 긴장시키는 8등신 몸매의 한 교수 키는 169cm. 지금은 170cm가 넘는 여성들도 많지만 한 교수가 대학생 딸을 둔 어머니라는 나이를 고려하고, 그 당시 미스코리아 평균 신장이 165cm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큰 키임이 분명하다.

"유전적 영향은 아닌 것이 저희 부모님은 물론, 친가.외가 식구들 모두 평균보다 작은 편이에요. 그래서 저희 어머니께서는 자식을 크게 키우시겠다는 일념 하나로 정말 엄청나게 신경을 쏟으셨죠."

맏딸인 한 교수를 비롯한 1남4녀 남매들은 어린 시절 매일 아침마다 콩을 넣은 잡곡밥과 묘한 약봉지를 하나씩 받았다. 그러곤 반드시 어머니께서 보시는 앞에서 쓴 가루약을 입안에 털어넣어야 했는데.

"나중에 커서 그 약의 정체를 알고 기절했죠. 바로 말린 개구리와 메뚜기를 볶아 빻은 가루였어요. 성장을 위해 단백질 섭취가 필요한데 요즘처럼 영양제나 좋은 음식이 흔한 시절이 아니었으니까 어머니 나름대로 처방하신 건강보조식품이었던 것이죠."

가루약 때문인지, 어머니 정성 덕분인지 지금까지도 단 한 번 입맛 잃어 본 적이 없는 한영실 교수에게 정말 밥은 보약이었다. 톱스타보다 빠듯한 살인적인 스케줄임에도 불구하고 예전 어머니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가족과 자신을 위한 아침밥만큼은 손수 지어 절대로 끼니를 거르지 않는다는 한 교수. 그녀의 한결같은 아침밥처럼 대한민국의 '위대한 밥상'도 앞으로 오랫동안 건강하게 차려질 수 있기를.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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