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작은갤러리

백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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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구본창 사진전 (30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02-735-8449)

박물관 수장고에서, 혹은 유리장 속에서 숨을 죽이고 수줍은 듯 기다리는 백자들. 한 사람 한 사람 인물 사진을 촬영하듯 접근했다. 아슴푸레하게 떠오르는 옛 선비의 사랑방 같은 분위기를 내려 한지 위에 백자를 내려놓다. 과거의 기억과 상처를 지닌 표면, 세월의 흔적이 스민 속살 같은 뽀얀 거죽은 한국인 마음의 '빈 공간'처럼 다가온다. 묘한 떨림을 주는 이 백자들은 일종의 나의 '여인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