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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이면 1번, 성차별이면 2번" …경찰, 설문조사로 징계 판단할까

중앙일보

입력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 설립추진단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서울지방경찰청 예하 제2기동단 의무경찰을 대상으로한 성인지교육에서 성차별적 발언을 한 경찰 간부의 징계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강의 녹취 파일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 설립추진단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서울지방경찰청 예하 제2기동단 의무경찰을 대상으로한 성인지교육에서 성차별적 발언을 한 경찰 간부의 징계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강의 녹취 파일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간부의 성차별적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된 ‘성인지교육’을 들었던 의경을 대상으로 경찰이 설문조사를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실무진은 이 설문 결과를 해당 간부의 징계 결정 때 반영하도록 상부에 보고했다.

이와 관련, 군인권센터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은 황당한 설문지를 사후조치라며 진행한 조사단의 활동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고 조직 내 성 평등 실현을 위한 메커니즘 전반을 재점검하라”고 밝혔다.

지난 4월11일 서울지방경찰청 제2기동단 소속 김모 경정은 해당 기동단 의경 수십 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남자는 젊었을 때 저돌적으로 들이대면 몇 번 재미를 볼 수 있다”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 경정의 강의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발언이 문제 되자 서울청 관계자는 “향후 본인 주장과 의경들의 진술, 군인권센터 기자회견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상응한 조치를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서울청은 의경부대 지휘 요원들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 교육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센터는 이후 경찰의 대응방식도 적절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서울지방경찰청 감찰조사계, 각 기동단 인권상담관, 외부 위촉 민간 상담관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당시 교육을 받은 중대를 방문해 1:1 면담 조사를 진행했다. 면담 조사에 앞서 ‘김 경정의 교육 중 발언은 아래의 어느 항목에 해당하는가?’라는 질문에 ▶성희롱이다 ▶성차별이다 ▶성희롱도 성차별도 아니지만 교육으로써 부적절했다 ▶성희롱도 성차별도 아니고, 교육으로써도 적절했다 ▶기타 중 하나를 선택하는 설문을 진행했다. 조사관은 “발언이 대원들을 불편하게 했는지 여부가 성희롱으로 징계할지, 성차별로 징계할지 가르는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센터는 “참가자 중 한명이라도 성적 불쾌감을 느꼈다면 처벌해야 하는데 경찰은 무책임하게 의경에게 판단의 책임을 전가했다”며 “특히 3, 4번 문항은 면죄부를 주고 싶은 의도가 반영된 항목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어 센터는 “설문조사는 익명으로 진행됐지만 답변 작성할 때 조사관들과 1:1 상황이었기에 신원이 노출된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센터는 “김 경정의 강의 녹음파일이 공개된 이후에 제보한 의경을 색출하기 위해 스마트폰 불출대장도 상호 대조하는 움직임도 있었다”며 “시스템을 점검하고 재발 방지를 고민하지 않고 제보자를 색출하는 건 명백한 2차 가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청 관계자는 “진상확인을 해야 했기에 피해자 입장에서 의견을 듣는 절차로 익명 설문조사를 했다”며 “설문조사뿐 아니라 여가부에서 위촉한 성희롱 전문가들 의견도 취합해서 본청에 보고했다. 징계 여부와 수위는 본청에서 결정될 사안이고 아직 통보가 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제보자 색출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 관계자는 “당시 교육을 받은 인원수를 체크하기 위해 확인을 하는 작업이었다”고 해명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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