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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인공강우 실험, “구름커지고 비 내렸지만 효율 개선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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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무인기를 이용해 인공강우 실험을 진행한 결과, 비구름이 생기고 실제 비도 내리는 등 그 효과가 관측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인기는 유인 항공기가 뜰 수 없는 기상환경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 보다 안정적으로 인공강우를 시도할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실험으로 내린 비의 양이 약 0.5㎜로 미량인 데다, 자연적인 강우 요인도 일부 포함돼 있어 효율성은 더 개선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4월 인공강우 실험결과 발표 #보성·광양·벌교 등에 0.5㎜ 강우 #자연요인도 일부 있어 ‘절반의 성공’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는 시기상조

인공강우는 염화칼슘 성분의 구름 씨를 구름에 살포해 구름 입자를 뭉치게 하고, 빗방울이 지상으로 떨어지게 하는 기술이다. 지난 1월 정부가 유인기로 해당 실험을 진행한데 이어, 4월에는 무인기로 실험을 진행했다. 구름입자가 많아지고 커지는 등 효과가 관측됐다. [중앙포토]

인공강우는 염화칼슘 성분의 구름 씨를 구름에 살포해 구름 입자를 뭉치게 하고, 빗방울이 지상으로 떨어지게 하는 기술이다. 지난 1월 정부가 유인기로 해당 실험을 진행한데 이어, 4월에는 무인기로 실험을 진행했다. 구름입자가 많아지고 커지는 등 효과가 관측됐다. [중앙포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4월 25일 전남 고흥·보성 주변 상공에서 실시한 인공강우 실험에서 실제 강우 효과를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실험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200kg급의 스마트 무인기 ‘TR-60’이 동원됐다. 헬리콥터처럼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

무인기는 전남 고흥군 항우연 고흥항공센터를 이륙한 후 지상 762m 고도에서 1시간 25분 동안 비행하면서 ‘구름 씨’ 12발을 구름 하층부에 살포했다. 염화칼슘 성분의 구름 씨는 비가 되지 못하고 있는 작은 구름 입자를 서로 뭉치게 해 큰 빗방울이 되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구름 입자 100만개 이상이 합쳐져 지름 2㎜ 이상의 물방울이 되면 구름 입자는 비가 돼 땅으로 떨어지게 된다.

염화칼슘 성분의 연소탄(구름 씨)을 살포하는 스마트 무인기 TR-60. [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염화칼슘 성분의 연소탄(구름 씨)을 살포하는 스마트 무인기 TR-60. [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실험결과, 구름 씨를 살포한 뒤 구름 입자의 수는 3.8배로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유신 항우연 선임연구원은 “전자기파를 이용한 레이더로 관측한 결과, 레이더 반사도가 약 10dBZ 증가했다”며 “구름 속 수증기가 많아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0dBZ란 1㎥의 공간당 지름 1㎜ 크기의 구름 입자가 10개 많아졌다는 의미다.

구름 입자의 크기도 커졌다. 연구진이 구름 입자의 크기를 지름 2~50 마이크로미터(㎛)의 작은 구름입자(CDP)와 60~400㎛의 큰 구름 입자(CIP)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작은구름 입자의 경우 평균 0.5 ㎛, 큰 구름 입자의 경우 평균 25㎛ 크기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구름 입자의 수가 많아지고 크기가 커질수록 비가 내릴 확률은 커진다.

지난 1월 서해상에서 유인기로 진행된 인공강우 실험. 요오드화은 역시 염화칼슘처럼 구름입자를 뭉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구름입자가 뭉쳐져 충분히 무거워지면 빗방울이 된다. [연합뉴스]

지난 1월 서해상에서 유인기로 진행된 인공강우 실험. 요오드화은 역시 염화칼슘처럼 구름입자를 뭉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구름입자가 뭉쳐져 충분히 무거워지면 빗방울이 된다. [연합뉴스]

그 결과 구름 씨의 영향을 받은 지역에는 실제 강우가 관측됐다. 보성에서는 총 6번에 걸쳐 강우가 감지됐으며 인근 벌교·광양·금남에서도 0.5㎜의 비가 내렸다. 다만 이 지역의 경우 구름 씨의 영향과 자연적인 비의 영향이 합쳐져 강우가 발생했다는 게 국립기상과학원 측의 설명이다.

이번 실험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인공강우의 효율을 개선하는 등 과제도 남았다. 김 선임연구원은 “해당 기술을 먼저 시도한 선진국들에서도 인공강우 성공률은 10~20%에 그치고 있다”며 “상용화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실증을 통해 효율을 관련 데이터를 쌓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아직 미세먼지 저감 대책 등으로 거론하기에는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보성 표준관측소(BSWO) 주변에서 레이더로 관측한 결과, 수증기의 양과 크기가 커짐에 따라 레이더 반사도가 높아졌다. [그래픽제공=과기정통부]

보성 표준관측소(BSWO) 주변에서 레이더로 관측한 결과, 수증기의 양과 크기가 커짐에 따라 레이더 반사도가 높아졌다. [그래픽제공=과기정통부]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 역시 “미세먼지가 비로 제거되려면 빗방울의 크기와 강우량이 훨씬 많아야 한다”며 “빗방울의 지름이 10㎜가 되면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지만, 현재로써는 그 역시도 불분명한 만큼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인공강우 시도가 실패할 경우, 이에 사용된 화학물이 지상으로 떨어질 수 있어 미세먼지 저감의 경우 배출원 관리 등 근본적인 대책이 보다 중요하다는 게 임 부소장의 말이다.

과기정통부는“향후 지속적 연구를 통해 기상관측 및 예측·가뭄· 미세먼지 저감 등 관련 기술 연구 개발과 실증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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