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앞으로의 정국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대중 평민당 총재에 대한 안기부의 구인장 집행이 2일 마침내 이루어짐으로써 서경원 의원 사건으로 인한 공안정국은 결정적 고비를 넘고 있다.
이제 조사 결과에 따라 김 총재가 공안정국의 늪 속에서 좌초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극적인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인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또 조사 결과나 과정에 따라서는 사건에 대한 명쾌한 해결 대신 서로 지금까지 계속해온 음해공작과 관련혐의를 싸고 계속 설전을 벌이는 긴장관계가 계속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평민당 측은 구인장 집행이 서 의원 사건의 막을 내리기 위한 마무리 작업이 될 것을 기대하는 것 같다.
그 동안 민정당 측이 여러 차례 「참고인진술」임을 강조했었고 「사건의 마무리를 위한 절차」임을 내세워왔기 때문이다.
또 김 총재가 구인장 신청 때 나타난 10개항의 구인사유 및 그 밖의 혐의점에 대해서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있다.
따라서 김 총재에 대한 조사가 새롭고 특출한 혐의점 발견 없이 끝난다면 평민당은 명예회복과 공작정치폭로를 위해 전력을 집중할 것이다. 그러나 장외로 성급히 뛰쳐나갈 것 같지는 않다. 다만 8일의 보라매공원 대중집회는 예정대로 하되 현재까지 벌여놓은 농성현장을 정리 마감하는 성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평민당이 내심 우려하는 것은 안기부 측이 새로운 혐의사실을 들고 나올지 여부다.
대북 메시지 전달 설 등에 대해 과연 안기부가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지도 관심이다.
조사결과에 따라서는 김 총재 측이 『결백이 확인되었다』고 주장해도 안기부 측은 조사계속의 여운을 남겨둘지 모른다.
조사의 초점이 서 의원 밀입북의 사전인지 여부에 좁혀질 것으로 보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거증이 어려워 자칫하면 불명확한 채로 남아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평민당 측은 안기부 측의 평민당 와해공작이라고 집중공격하며 장외투쟁을 비롯해·강경한 대여 공세를 펼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2일 아침 김대중 평민당 총재에 대한 구인장 집행을 두고 여권 내에는 민정당보다는 안기부가 주도하는 강성 공안정국이 당분간 계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민정당의 고위당직자들은 그 동안 모두 이 문제에 관해선 함구로 일관해왔는데 구인에 대해서도 당정 협의는 물론, 사전통고조차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만큼 노태우 대통령이 이 사건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갖고 안기부 측이 주도하는 강성기조를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수사와 정치가 분리되지 않을 경우 어느 것 하나도 충실하지 못하게 된다며 당직자들에게는 일체 개입하지 않도록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또 원칙론적인 수사가 「정치적 이용」이란 오해를 받지 않도록 당직자는 일체 함구하고있도록 엄중히 지시했다는 것.
따라서 당직자들은 모두 서 의원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는 강성기조의 공안정국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더구나 김 총재를 구인하면서 안기부 측이 구인사유로 제시한 것들은 참고인용이라기 보다는 피의자용에 가까워 김 총재의 구인조사가 어떻게 매듭짓게 될 지에 달려있다고 보고있다.
한 고위당직자는 『김 총재에 대한 사법처리여부는 조사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며 『김 총재에 대해 물을 일들이 많아 곤욕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일단 이날 낮 동안만 조사하고 김 총재를 귀가시키겠지만 김 총재에 대한 처리문제는 서 의원사건이 끝날 때까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여운을 남기게될 가능성이 크다.
김 총재에 대해선 김 총재 자신의 진술뿐 아니라 서 의원에 대한 앞으로의 추가조사와도 연결돼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 고위당직자는 『정치권이 매듭을 푸는 작업은 서 의원 사건전체가 종료된 뒤가 될 것』이라며 당분간 이 문제와 관련한 정치협상은 없을 것임을 강조하고 1일 김영삼 민주당총재가 제의한 영수회담도 『당연히 상당기간 뒤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서 의원 사건과 관련한 여야간의 팽팽한 긴장은 적어도 서 의원 사건이 종결되고 영등포을구 재선거가 끝나는 월말까지는 계속될 전망이다.

<박보균·김진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