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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불복 항소장 어디에 내야할까, 지방법원?고등법원?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정세형의 무전무죄(17)

법원 앞을 지날 때면 자신이 받은 판결의 부당함과 억울함을 호소하는 분들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판사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경우도 있다. 판결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판결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판결에 불복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다.

한 번 받은 판결에 대해 다시 한번 판단을 구하는 것을 상소라고 하는데, 상소는 크게 항소와 상고로 나눌 수 있다. 간단하게는 항소는 1심 판결에 대해, 상고는 2심 판결에 대해 각각 불복해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항소심 1심 판결 취소 비율 34%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PC방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은 김성수 씨는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선고받은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항소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제기하는 것을 뜻한다. [연합뉴스]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PC방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은 김성수 씨는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선고받은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항소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제기하는 것을 뜻한다. [연합뉴스]

이처럼 상소는 우선 이미 판결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 다시 한번 심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판결이 뒤집히는 경우는 적을 수밖에 없다. 2018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7년 민사 합의 사건 중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취소된 비율은 33.95%이고, 대법원에서 항소심 판결이 취소된 비율은 6.47%에 불과하다. 이번 글에서는 우선 항소에 대해 알아본다.

항소는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기간 제한이 있다. 민사사건의 경우 판결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2주 이내에 해야 한다. 그런데 형사사건은 민사사건과 다르게 판결문을 송달받은 날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 판결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에 항소해야 한다. 따라서 형사사건의 경우에는 항소기간을 넘기지 않도록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항소는 항소장이라는 서류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항소장을 제출하는 곳이 항소심 법원이 아니고 1심 법원, 즉 판결을 선고한 법원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1심 판결을 받았고, 항소심 법원은 서울고등법원인 경우 서울고등법원이 아니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해야 한다.

한편 민사 사건에서 항소하는 경우 비용이 발생한다. 패소한 당사자가 1심 인지대의 1.5배를 인지대로 납부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송달료도 납부해야 한다. 만일 급한 경우에는 우선 항소장만 먼저 제출하면 법원에서 일정한 기간 내에 인지대를 납부하라는 보정명령을 한다. 그래서 보정명령을 받은 뒤 인지대 등을 납부해도 무방하다.

항소의 성패는 사실상 항소이유서에 달려 있다고 봐도 될 정도로 항소이유서가 중요하다. 항소장 안에 항소 이유를 같이 써도 되지만, 앞서 보았듯이 항소 기간의 제한 때문에 짧은 기간 안에 항소이유를 충실하게 쓰기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대부분 일단 항소장을 먼저 제출하고, 항소이유는 추후에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

항소이유서로 항소의 성패가 갈린다. 항소이유서는 판사를 설득하는 글이기 때문에 논리적이고 냉정하게 작성해야 한다. 원심판결의 요지, 사실오인, 법령위반 또는 법리오해, 심리미진, 양형부당 등의 내용을 담는다. 이 중에서도 원심판결이 잘못된 이유를 제대로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진 중앙포토]

항소이유서로 항소의 성패가 갈린다. 항소이유서는 판사를 설득하는 글이기 때문에 논리적이고 냉정하게 작성해야 한다. 원심판결의 요지, 사실오인, 법령위반 또는 법리오해, 심리미진, 양형부당 등의 내용을 담는다. 이 중에서도 원심판결이 잘못된 이유를 제대로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진 중앙포토]

항소이유서도 제출 기한이 있다. 형사사건의 경우 항소심 법원에서는 1심 법원으로부터 소송기록을 송부받았다는 내용의 소송기록접수 통지서를 항소인에게 보내 준다. 항소이유서는 위와 같은 소송기록접수 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항소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항소가 기각될 수 있으므로 위 기간 역시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형사사건과 달리 민사사건은 언제까지 항소이유서를 제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 다만 실무에서는 보통 항소법원에서 언제까지 항소이유가 적힌 준비서면을 제출하라는 내용이 담긴 ‘석명준비명령’을 하게 된다. 이 기간 내에 항소이유를 제출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항소이유서에는 어떤 내용을 적어야 할까. 항소이유서는 항소심 재판부에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서류이다. 항소이유를 설득력 있게 잘 작성하는 것은 항소심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첫인상이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어떤 항소이유서가 좋은 항소이유서인가에는 정답이 없겠지만, 앞서 잠깐 설명했듯이 항소심은 이미 한 번 선고된 판결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항소이유서에는 원심판결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조목조목 설명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하다.

항소이유서, 추측성 주장 말아야

항소이유서에 어떤 내용을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우선 원심판결의 요지를 기재한 뒤 사실오인, 법령위반 또는 법리오해, 심리미진 등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것이 좋다. 형사사건의 경우 양형부당에 관한 내용을 추가해 작성하면 무난하다.

즉, 1심 판결 중 사실관계 자체를 잘못 파악한 부분, 사실관계는 정확하게 파악했지만 이에 대한 법령이나 법리 적용을 잘못한 부분, 좀 더 세밀하게 심리해야 했는데 간과한 부분을 나누어 설명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새로운 증거가 있다면 함께 제시하는 것이다.

모든 재판이 그러하듯 항소심 역시 판사를 설득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아무리 1심 판결에 대한 실망감이 크더라도 항소이유서에서 너무 극단적인 주장을 하거나 근거 없는 추측성 주장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다. 항소심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좀 더 냉정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정세형 큐렉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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