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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간섭 분노 폭발” 홍콩 700만명 중 100만명 뛰쳐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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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홍콩 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집회가 9일 열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홍콩 시민 103만 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했다고 10일 보도했다. 2014년 우산 혁명 때인 50만 명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집회에 참여한 한 시민이 노란 우산을 펼쳐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홍콩 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집회가 9일 열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홍콩 시민 103만 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했다고 10일 보도했다. 2014년 우산 혁명 때인 50만 명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집회에 참여한 한 시민이 노란 우산을 펼쳐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의 중국 총영사관 앞에 홍콩 출신 이민자 등 수백 명이 노란 우산을 들고 모였다.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기 위해서다. 유학생 친니 류(16)는 “홍콩은 내 고향”이라며  “우리가 일어서지 않는다면 누가 나설까”라고 말했다.

5년 만에 다시 ‘노란 우산’ 시위 #“중국 송환법 반대” 최대 규모 집회 #미·독·일 등 12개국서 연대 시위 #홍콩 행정장관 “정의 세우는 법안”

같은 날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도 60명이 넘는 시위대가 노란 우산과 팻말을 들고 나타나 “중국 송환에 반대한다” “캐리 람(홍콩 행정장관)은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홍콩에서 범죄인을 중국 본토로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해 22년 만에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캐나다·호주·독일·대만·일본 등 전 세계 최소 12개국 29개 도시에서도 연대 시위가 잇따랐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홍콩 도심에서 열린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엔 주최 측 추산 103만 명(경찰 측 추산 24만 명)이 참여했다. 2003년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와 2014년 우산 혁명 때인 50만 명을 훨씬 뛰어넘는다. 외신들에 따르면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다. 뉴욕타임스(NYT)는 “7명 중 1명꼴로 참여한 것”이라고 전했다. 시민들은 중국 송환 반대를 뜻하는 ‘반송중(反送中)’이 적히거나 친중파인 캐리 람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나왔다. 우산 혁명을 젊은층이 주도했다면 이번 시위엔 변호사부터 학생, 재계 인사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했다고 CNN은 전했다.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 본토와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 대만에서 한 남성이 20대 홍콩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홍콩으로 도주한 사건 이후 법 개정 움직임이 급물살을 탔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중국 사법제도의 불투명성과 사형제도 남용 우려 때문에 법안에 반대한다. 중국 정부가 부당한 정치적 판단을 바탕으로 홍콩의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으로 송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홍콩의 중국화 관련, 반중국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NYT는 “5년 전 우산 시위는 시 주요 상권 몇 곳을 마비시켰지만 정부의 양보를 끌어내진 못했다”며 “중국은 홍콩에 점차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해 왔고, 홍콩 시민들은 이에 분노했다”고 보도했다. 영국과 캐나다는 이날 외무장관 명의로 “이번 조치는 홍콩의 신뢰도와 국제적 명성을 크게 저하할 것”이라는 공동성명을 내 시위대를 지원사격했다.

중국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어떤 외부 세력도 홍콩의 입법 활동에 간섭해 잘못된 언행을 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홍콩 정부는 오는 12일 법안 2차 심의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캐리 람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홍콩에 정의를 세우고 국제적 의무를 이행하는 데 도움을 주는 중요한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시위대는 심의가 진행되는 12일 오전 대규모 시위를 예고해 자칫 유혈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황수연·홍지유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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