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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 모집 프로그램 조작해 8억원 빼돌린 P2P업체 대표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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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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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 출신인 개인 간(P2P) 대출 업체 H펀딩 대표인 A씨(35)는 투자금 모집 목표액이 3억원이라면서 인터넷에 투자자 모집 광고를 했다. 이어 프로그램을 조작해 목표액을 3억5000만원으로 설정했다. 이후 모집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투자를 취소한 것처럼 조작해 돈을 조금씩 빼돌려 5000만원을 챙긴 후 3억원에 맞춰 모집을 마감하는 신종사기 수법인 ‘오버펀딩’으로 투자금을 가로챘다.

A씨는 2017년 7월부터 지난 4월까지 이렇게 빼돌린 돈 총 8억6000만원으로 빚을 갚거나 사업 운영자금으로 썼다. 상환 금액이 부족하면 이자 등 여러 핑계로 투자자들을 속였다. 투자 모집 과정에서 목표액을 높게 조정하고, 투자자들이 투자를 취소한 것처럼 출금 명령을 조작 입력해 돈을 빼돌렸다. 그는 또 특정 대출 차주와 유착해 별도 업체를 만들고, 투자금을 마음대로 다른 사업에 쓰기도 했다.

신종사기 수법인 ‘오버펀딩’ 활용  

P2P 대출이란 인터넷을 통해 개인 투자자와 대출신청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투자자와 대출신청자가 여러 명이라 이를 관리하고 횡령 등 문제를 막기 위해 대출투자금은 ‘세이퍼트’라는 전자결제 시스템으로 관리된다. 세이퍼트는 사전에 공지된 목표액만큼 돈이 모이는 순간 그 돈은 대출 차주 외에는 접근이 불가능하게 설계됐다. A씨는 과거 프로그래머로 활동했던 경험을 악용해 홈페이지를 조작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사기 및 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H펀딩과 P홀딩스의 대표이사인 A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은 A씨와 공모한 동업자 H펀딩 이사 B씨(43), 이들과 유착한 대출 차주 C씨(57)와 D씨(50)도 배임증재와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총 2000여 명, 50억원 피해 추정  

검찰 관계자는 “H펀딩에서 돈을 빌린 차주가 대출금 전액을 갚더라도 실제 투자금은 이보다 많으므로 투자자들에게 전액 변제 할 수 없는 부실 구조”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범행계좌 지급동결과 범죄수익 추징보전 등 조치를 하고, P2P 대출업체 운영자가 투자금 모집 프로그램을 조작해 투자금을 중도에 인출하지 못하도록 금융감독원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5월 상환이 제대로 안 되는 점을 수상하게 여긴 H펀딩 투자자 123명이 일산동부경찰서에 고소장을 내며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의 정밀 수사를 통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수사 과정에서 A씨는 동업자와 함께 특정 대출 차주와 유착해 투자금을 유용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곤형 고양지청 부부장검사는 “이번 사건의 고소인은 총 528명이지만 계좌추적을 통해 확인한 피해자는 2000여 명에 이르고, 이 같은 오버펀딩 사기 수법으로 피해자 자신이 사기당한 사실도 모르는 경우도 다수였고 추가로 17건의 고소장(고소인 18명)이 접수된 상태”라며 “총 피해액은 5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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