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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블루보틀 마시는 여자야”…소확행이 ‘파란 병 신드롬’ 이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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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7일 서울 성수동 블루보틀 1호점에는 100여명이 줄을 서 있다. 개점 한 지 한 달 정도가 됐지만 커피를 주문하는 데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염지현 기자

지난 7일 서울 성수동 블루보틀 1호점에는 100여명이 줄을 서 있다. 개점 한 지 한 달 정도가 됐지만 커피를 주문하는 데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염지현 기자

요즘 젊은층은 SNS에서 올릴 블루보틀 '인증샷' 찍기가 유행이다.

요즘 젊은층은 SNS에서 올릴 블루보틀 '인증샷' 찍기가 유행이다.

신한카드 빅데이터로 분석한 한달 #블루보틀 이용 고객은 여성 '2030' #파란병 마크의 텀블러 등 굿즈 품절 #줄서는 것도 '눈치게임' 인스타 놀이

지난 7일 찾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커피 전문점 블루보틀 1호점. 매장 입구에는 블루보틀 상징인 ‘파란색 병 모양’ 로고가 눈에 띈다. 붉은 벽돌 건물을 휘감듯 100여명 줄을 서 있다. 문 연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커피를 주문하는 데는 한 시간 정도 걸렸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릴 ‘인증샷’이다. 최근 인스타그램에는 실시간으로 대기 인원수를 알려주는 ‘블루보틀 눈치 게임’ 계정도 생겼다. 대기 예상 시간이 20분 안팎이면 게임 난도가 가장 낮다. 줄 서는 것도 SNS에서는 즐거운 놀이가 된 것이다.

이날 매장을 찾은 대학생 최혜수(22)씨는 “요즘 블루보틀이 SNS에서 가장 화제”라며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것을 보면서 궁금해서 직접 왔다”고 말했다. 심고은(29)씨도 “남들보다 먼저 커피 맛을 보는 등 새로운 경험을 SNS에 공유하는 게 즐겁다”며 “1시간 정도면 줄 서는 것도 힘들지 않다”고 들려줬다.

블루보틀 매장 안. 고객들은 바리스타가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천천히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염지현 기자

블루보틀 매장 안. 고객들은 바리스타가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천천히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염지현 기자

요즘 성수동의 ‘핫플레이스(인기 명소)’로 떠오른 블루보틀은 20·30세대(20~30대)가 주로 찾는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블루보틀 1호점이 문 연 이후 한 달(5월 3일~6월 2일) 동안 고객들의 카드 내역을 분석한 결과다. 열 명 중 여덟명 꼴(75%)은 20~30세대였다. 특히 20대 여성 고객의 선호가 가장 컸다.

이는 2016년 7월 미국 햄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일명 쉑쉑버거)이 한국에 상륙했을 때와 비슷하다. 당시에도 오픈 초기 사람들이 몰려와 매장 앞에는 연일 대기 줄이 늘어섰다. 또 개점 후 한 달간 방문 고객의 절반 이상이 20대였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의 남궁설 팀장은 “최근 20대의 소비가 유통업계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블루보틀이 쉐이크쉑 열풍과 다른 점은 ‘굿즈(Goods)’다. 블루보틀을 상징하는 파란색 병이 그려진 머그잔ㆍ텀블러ㆍ에코백 등 굿즈가 커피 못지않게 인기가 많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영업을 시작한 이후 쉐이크쉑은 한 달간 일 인당 신용카드 결제금액이 일정했다. 이와 달리 블루보틀은 개점 첫날보다 60% 정도 감소했다. 초반 고객의 상당수가 커피 이외에도 굿즈를 많이 구매한 결과로 풀이된다. 텀블러 등 일부 굿즈는 동난 지 오래다.

※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블루보틀 오픈 후 한 달(5월 3일~6월 2일) 동안 고객들의 카드 내역을 분석한 결과. 자료: 신한카드

※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블루보틀 오픈 후 한 달(5월 3일~6월 2일) 동안 고객들의 카드 내역을 분석한 결과. 자료: 신한카드

순하리ㆍCU 편의점 등 브랜드 네이밍 개발자로 유명한 정지원 제이앤브랜드 대표는 “요즘 젊은 세대는 SNS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경험 소비를 중시한다”며 “그런 점에서 굿즈는 블루보틀 경험을 인증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에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블루보틀 매장에 전시된 커피와 굿즈들. 염지현 기자

블루보틀 매장에 전시된 커피와 굿즈들. 염지현 기자

요즘 20대가 몰리는 곳이 핫플레이스가 된다. 탭 비어, 내추럴 와인바 등 주류 문화도 바뀌고 있다. 맥주 가게인 탭 비어는 놀이공원에 온 듯 전자칩(REID)이 내장된 팔찌를 차고 준다. 고객이 맥주 기계에 팔찌를 갖다 대고 원하는 만큼 따라 마시는 방식이다. 탭 비어 전문점 이용 고객의 60%가 20대(신한카드 자료)다. 또 포도 재배 과정이나 양조과정에서 화학적 첨가물을 넣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린 내추럴 와인도 젊은 층 중심으로 몸값이 오르고 있다.

남궁 팀장은 “최근 SNS를 기반으로 한 20대의 입소문이 구매력을 지닌 40·50세대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리브영, 롭스 등 헬스앤뷰티(H&B) 가게다. 2014년만 해도 20대가 주요 고객이었지만 입소문이 이어지면서 현재는 40·50세대가 전체 이용객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과)는 "앞으로 기업은 확 바뀐 소비 트렌드에 주목해야 한다"며 "남들과 차별화된 경험을 원하는 젊은 층을 사로잡을 ‘스토리’ 마케팅이 비싼 광고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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