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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Why]여권에서 회자되는 '이낙연 활용법'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30일로 취임 2주년을 맞은 이낙연 국무총리는 언제쯤 움직일까.

 여권에서는 차기 대선 여론조사에서 범여권 1위를 달리는 그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복귀하는 것이 정해진 수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총선을 발판 삼아 대권 행보를 본격화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총리와 가까운 한 인사는 “아직 3년이나 남은 대선을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이르다”며 “총선이 앞에 있기 때문에 (이 총리가) 총선에서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3월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67회 국회(임시회) 제6차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이낙연 총리가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3월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67회 국회(임시회) 제6차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이낙연 총리가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중앙포토]

①언제쯤 당으로? 

이 총리는 지난달 초부터 “저도 정부 여당에 속해 있는 한 사람이니 심부름을 시키면 따라야 할 것”이라는 식의 언급을 여러 차례 했다. 여권 관계자는 “총리직을 유지하고 싶은 생각보다 총선에서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총선 흥행을 위해 이 총리를 포함한 차기 대선 주자군을 적극 등판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가 총리직을 그만두는 시기에 대한 예측은 다양하다. 이르면 7~8월부터 연말까지가 거론된다. 총리는 장관과 달리 국회의 임명 동의를 받아야 한다. 후임 인사와 인사청문회 등이 총선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하려면 시기상 내년 초를 넘기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더 늦어졌을 때는 후임 총리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총리직을 계속해서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엔 총선을 3개월여 앞두고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주는 셈이 된다.

내년 총선 전에 국회로 복귀하고 싶어하는 의원 출신 장관을 포함한 일부 개각이 가을쯤 있게 될 경우, 그 시기에 이 총리가 결심을 구체화하고 9월 정기국회나 10월 국정감사를 넘겨 그만둘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②지역구 출마? 비례대표?

총리실 관계자들은 “총리가 언제 나가서 뭘 하겠다고 정해진 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다양한 ‘총선 역할론’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차기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선 공동 선대본부장을 맡기보다는 직접 지역구나 비례대표로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지역구 출마지는 기존의 지역구(전남 담양군함평군영광군장성군)가 아닌 서울 종로와 세종시 등이 거론된다. 다만 지역구 출마는 야당의 대진표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종로는 야권에서 차기 대선주자 선두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출마가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이 굳이 종로에서 대선 전초전을 치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세종시는 호남 출신인 이 총리가 차기 대선에서 충청 표심을 비축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이 총리가 비례대표 후보로 나설 경우엔 13대(1988년)와 15대(1996년) 총선 때 김대중 전 대통령 사례와 유사한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비례대표 후순위를 받아 배수진을 치고 당 지지를 호소하는 방식이다.

③‘이낙연 인맥’은 누구? 

이 총리는 소위 ‘독고다이’ 정치를 해왔다는 게 주변 사람들 평가다. 따라서 당내에 ‘이낙연 사람’이라고 할만한 인맥은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총리가 된 후 ‘만찬 회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통을 늘려왔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민주당 개혁성향 의원 그룹인 더좋은미래(더미래)가 대표적이다. 더미래는 민주당 내에서 상대적으로 조직화한 의원그룹으로 지난달 이인영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선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올해 초 이들을 관저에 초청해 “여러분들이 선거를 치를 때쯤 되면 제가 자유인으로 여러분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여권에선 “이 총리가 왜 그 자리에서 ‘자유인’을 언급했겠느냐”며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이 총리는 지난 3월 말 중국 방문 중에 마침 충칭에 워크숍을 온 더미래 멤버를 다시 만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가까운 동교동계도 김 총리의 인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총리는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시절 동교동계 취재를 담당했다. 여권 관계자는 “동교동계로 묶으면 민주당뿐만 아니라 손학규 대표 등 바른미래당 일부와 민주평화당도 포괄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 4월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전 차담회에서 국무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 4월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전 차담회에서 국무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총리와 가까운 인사는 “이 총리는 문 대통령이 굉장히 신뢰하는 만큼 당내 친문재인계도 거부감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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