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두 어린 아기 의문의 죽음···18세 두 엄마는 동창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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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 인천시 부평구 한 아파트의 거실에서 종이상자 안에 든 채 숨진 7개월 된 영아가 발견된 사건에 3가지 의문점이 제기됐다. 당시 영아의 모친 A씨(18)는 경찰 조사에서 "5월 30일 분유를 먹이고 아이를 재웠는데 다음날 아이가 숨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2일 오후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생후 8개월된 영아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연합뉴스]

2일 오후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생후 8개월된 영아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연합뉴스]

3개월 전 영아 사망 사건과 연관 있을까

지난 3월 3일 인천시 부평구의 한 빌라에서도 9개월 된 영아가 숨졌다. 해당 영아의 모친 B씨(18)가 이날 오후 1시쯤 “딸이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B씨는 "자정쯤 분유를 먹이고 재운 뒤 낮에 일어나 아기에게 갔더니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 3월 B씨 부부의 범죄 혐의를 찾을 수 없어 수사를 종결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 중 참고인의 진술을 통해 지난 2일 발견된 영아의 어머니 A씨와 지난 3월 발견된 영아의 어머니 B씨가 친구 사이라는 사실 알아냈다. A씨와 B씨는 중학교 동창이며 사망한 영아의 외할머니들이 한동네에 살아 친하다고 알려졌다.

사망 2주 전 유모차 태운 채 영아 방치... 아동학대 정황 있나

인천지방경찰청 전경. [중앙포토]

인천지방경찰청 전경. [중앙포토]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A씨의 남편(21)이 지난달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5월 17일 오전 8시쯤 A씨 부부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한 주민이 “아기가 집 앞에서 유모차에 탄 채 혼자 울고 있다. 현관문을 두드렸는데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약 20분 후 집에 도착한 A씨 남편은 경찰에 “볼일이 있어 잠시 친구에게 아이를 맡기고 나갔다”고 진술했다. 이어 “친구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아이를 밖에 두고 갔다”며 자신은 “아이가 방치된 사실은 몰랐다”고 말했다. 당시 출동한 경찰관은 A씨 남편의 진술이 일관되고 아동 학대 및 가정폭력 신고 이력이 없었던 점을 고려해 A씨 부부를 계도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하지만 영아 사망 사건 이후 경찰은 "당시 A씨 남편이 했던 진술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영아의 사망 원인은 무엇인가

경찰은 "현재로써 두 영아의 사망 원인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지난 3월 발견된 영아의 사망에 대해 '사인 미상(未詳)'이라는 최종 소견을 당시 경찰에 전달했다. 지난 4일에는 6월 2일 발견된 영아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도 '미상'이라는 1차 구두 소견을 전했다.

영아의 모친 A씨는 처음 경찰 조사에서 “딸이 사망하기 전날 딸 몸에 반려견이 할퀸 자국 있어 연고를 발라줬다”고 진술했다. A씨 부부는 집에서 시베리안허스키와 몰티즈를 키우고 있었다. 하지만 국과수는 1차 구두 소견에서 "(반려견에) 긁힌 상처가 사망 원인은 아니다"고 경찰에 통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써 영아들이 분유나 반려견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지난 2일에 발견된 영아의 최종 부검 결과는 한두 달 뒤에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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