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최대 140㎜ … 퍼붓 듯 쏟아져

태풍과 장마의 영향으로 비가 내린 9일 경북 칠곡군 가산면 중앙고속도로 가산IC 인근에서 고속버스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10여m 아래 하천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버스 운전사와 승객 등 10여 명이 중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제3호 태풍 '에위니아(EWINIAR)'의 북상으로 9일 밤 제주도에 태풍경보가 내려지는 등 전국에 태풍 비상이 걸렸다. 특히 태풍의 우측 세력권에 놓여 큰 피해가 우려되는 경남.울산.부산 등 남부지방에는 이날 태풍에 떠밀려 올라온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최고 141.5㎜(오후 11시 현재)의 집중호우가 쏟아져 크고 작은 비 피해가 잇따랐다.

◆ 인명 피해=9일 낮 12시30분쯤 경북 청도군 매전면 송원리 농산물직판장 앞 복개도로에서 김모(87.여)씨가 호우로 불어난 물에 휩쓸려 10여m를 떠내려가 숨졌다. 또 오전 10시50분쯤 경남 창녕군 장마면 신구천 인근 농로에서는 전모(54)씨가 물빼기 작업을 하려다 불어난 물에 휩쓸린 뒤 6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오후 2시50분쯤에는 경북 상주시 백화산 입구 계곡에서 대구 모산악회 회원인 이모(42.여)씨와 권모(62)씨가 불어난 물에 휩쓸려 이씨는 숨지고 권씨는 실종됐다.

빗길 교통사고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11시20분쯤 충남 홍성군 서부면 광리교차로 부근 도로에서 임모(37)씨가 몰던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 맞은 편에서 오던 승합차를 들이받아 임씨 등 2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오후 2시10분쯤엔 경북 칠곡군 가산면 천평리 중앙고속도로에서 영주로 가던 아진고속버스(운전사 이모씨.51)가 가드레일을 뚫고 10m 아래 하천으로 떨어지면서 승객 김모(69.여)씨가 숨지고 1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 고립.침수 피해=9일 오전 11시20분쯤엔 경남 양산시 원동면 농원에서 칠순 잔치를 벌이던 김모(48)씨 등 일가족 17명이 불어난 계곡물로 발이 묶이는 등 이날 하루 경남지역 계곡에서만 행락객 등 55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오전 7시30분쯤엔 한라산 정상 부근 출입통제구역에서 폭우와 짙은 안개로 길을 잃었던 이모(48)씨 등 등산객 2명이 조난 20여시간 만에 구조됐고, 오후 2시45분쯤엔 대구 금호강에서 카누를 타던 대구지역 교사 40명이 급류에 휩쓸려 조난됐다가 2시간 만에 구출됐다.

또 이날 경남 함안군 가야읍 도항리 제모(41)씨 집 등 일대 15가구가 주변 신음천에서 불어난 물에 잠기는 등 경남지역 6개 시.군 주택과 상가 40여 채가 침수됐다. 가야읍의 주택침수는 배수펌프 가동이 늦어지면서 발생했다.

또 함안군 대산면 농경지 3㏊가 침수되고 마산시 구산면 하천 둑이 터져 수㏊의 농경지와 저지대 주택이 물에 잠기고, 제주시 한경면과 한림읍 일대 주택 18채도 침수됐다. 진해시에서는 신항 준설토 투기장에 쌓여 있던 깔따구 사체와 파리 유충이 빗물에 휩쓸리면서 연안으로 대거 흘러들었다.

◆ 여객선 운항 중단.도로 침수=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이날 오전 8시30분을 기해 제주도 부근 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섬 지역을 오가는 소형 여객선 운항이 통제됐고, 전국 연안여객선 대부분이 늦은 오후부터 운항을 중단했다. 태풍 북상 소식에 부산항 5000여 척, 울산 방어진.장생포.온산항 1500여 척, 인천항 500여 척 등 서남 해안을 중심으로 전국의 주요 항.포구는 태풍을 피해온 선박들로 넘쳐났다.

경남 창원시 불모산동 야산에선 산사태가 발생, 70여t의 토사가 흘러내리고 진해시 태백동 고갯길의 야산에서 1.5m 크기의 바위가 굴러 내려 왕복 2개 차로 중 1개 차로가 통제되고 있다. 경남 진해시 죽곡동 국도2호선도 절개지에서 20t가량의 토사가 무너져 차량 통행이 두절됐다.

전남 여수시 학동 여수시청 앞과 세제백화점, 광림동 한재터널 로터리 부근 도로 등 도심 도로 곳곳도 침수됐다. 대구에서도 달서구 월배아파트~성서방향 지하차도 등 9곳의 지하.하천도로가 침수돼 차량통행이 중단됐다.

송의호.이기원.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