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7개월 영아, 한달 전 문밖 방치된 채 울어 주민이 신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일 오후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생후 8개월된 영아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연합뉴스]

2일 오후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생후 8개월된 영아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연합뉴스]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생후 7개월 영아의 부모가 지난달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4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17일 "유모차를 탄 아이가 문밖에서 혼자 울고 있다"는 주민의 신고로 이 아파트에 출동했다. 당시 영아의 아버지는 "친구에게 아이를 맡기고 나갔고, 아이가 방치된 사실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A씨는 아이가 방치된 경위에 대해 "아내는 집 밖에 있었고, 집안에는 나와 동성 친구, 7개월 딸까지 셋이서 있었는데, 급한 일이 생겨 친구에게 딸을 맡겨두고 집 밖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가 휴대폰이 없어 나에게 따로 연락하지 않고 아이를 문밖에 두고 나간 것 같다"며 "친구가 '반려견과 아이를 함께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출동했던 경찰은 영아에 외상 등 학대 흔적이 없고 A씨의 일관된 진술, 과거 아동학대 신고 전력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 계도 조치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당시 A씨에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상황이 재발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충분히 공지한 뒤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숨진 영아는 지난 2일 인천 부평구 A씨 부부 아파트 거실에서 종이상자 안에 담긴 채 발견됐다. A씨 부부가 연락되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외할아버지가 집을 방문했다가 아이를 발견한 것이다. 이들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숨지자 두려운 마음이 들어 각자 친구 집으로 도피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딸의 사망 경위에 대해 "지난달 30일 딸 몸에 반려견의 할퀸 자국이 있어 연고를 발라줬는데 다음날 오전 숨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 부부는 시베리안 허스키 1마리와 몰티즈 1마리를 집에서 키웠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영아 사인은 미상'이라는 1차 구두소견을 내놨다. 반려견에게 긁힌 상처가 사망 원인은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국과수는 "숨진 아이의 발육 상태는 정상"이라며 "신체 외부에 긁힌 상처가 사망 원인은 아니다. 사망에 이를 정도의 외력에 의한 골절이나 함몰 등도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 부부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이들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