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軍장성 20여명이 옷 벗는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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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군 기무사는 그저께 국회 정보위에 "올해 군기 문란이나 비리와 관련해 20여명의 군 장성이 사법처리를 받거나 전역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한 해에 이렇게 많은 군 장성이 옷을 벗는 군내 비리사태는 전례가 드문 일이다. 이러고도 국가 안보의 최후 보루인 군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군은 최근 정신개혁 운동을 벌이는 등 비리 근절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외부에 알려진 비리들을 보면 과거의 비리 유형들이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저께도 군 장성 두 명이 인천국제공항 외곽 경계공사와 관련해 건설회사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전.현직 체육부대장 네 명이 관련 단체 지원금을 횡령해 기소되고, 군 시설을 운영하면서 공금을 횡령한 사건, 군납 비리.인사청탁 비리도 계속되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은 과거 정권에서 벌어졌던 일이 한꺼번에 드러난 측면도 있다. 시설 운영이나 수사비 전용처럼 과거 관행처럼 인정돼온 비리들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 등 군이 자정하려는 노력의 결과란 점에서는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장성이 위수 지역을 벗어나 만취해 지적을 받는 등 군 기강이 해이해진 점은 여간 걱정이 아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신상필벌이 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비리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보안을 유지하고, 사법처리보다는 기껏해야 전역조치로 마무리해 연금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서는 부패 고리를 단절하기 어렵다.

군의 특수성을 인정해 비리사건을 군 내부 수사로 종결하고, 게다가 다수 의견으로 선고를 해도 지휘관이 직권 감량하는 등 계속돼온 온정주의는 이제 개선돼야 한다.

군 장성 한 사람을 키우는 데는 개인적인 노력도 노력이지만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시간과 공(功), 예산을 들여야 한다. 그런 국가적 자산을 한꺼번에 잃고 전력에까지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서도 비리 유혹을 차단해줄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또 엄청나게 비대해진 국방예산을 감안할 때 회계관리 제도도 개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