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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기업이 금융정보 사고파는 '데이터 거래소'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위원회가 주최한 금융분야 빅데이터 인프라 오픈 행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등의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위원회가 주최한 금융분야 빅데이터 인프라 오픈 행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등의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신용정보원이 보유한 금융 빅데이터가 핀테크·창업기업에 공개된다. 금융회사가 다른 기업과 데이터를 사고팔 수 있는 ‘금융분야 데이터 거래소’도 출범한다.

3일 금융위원회와 신용정보원, 금융보안원은 이러한 내용의 ‘금융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방안’을 발표하고 기념행사를 열었다.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데이터 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한 뒤 금융권의 구체적 로드맵이 발표된 자리다.

200만명 대출 정보 가공해 핀테크에 제공

신용정보원은 보유한 약 4000만명의 신용정보를 가공해 민간에 제공하는 ‘크레DB’ 서비스를 출시한다. 그 중 첫 단계로 4일엔 일반신용 데이터베이스(DB)를 개방한다. 약 200만명의 대출·연체·카드개설 정보 등 25개 데이터가 담겨 있다. 전체 신용 정보 중 5%를 샘플링해서, 개인정보를 알아볼 수 없게 비식별조치를 거친 DB이다.

핀테크기업·금융회사·연구소 등은 이를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핀테크 업체가 목표 고객군의 대출규모, 연체현황에 대한 DB를 확보한다면 이들을 겨냥한 소액신용대출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창업기업은 시장탐색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하게 된다.

신용정보원은 하반기엔 보험신용DB(보험가입·유지 현황), 기업신용DB(지역·업종별 기업대출 규모와 연체수준)로 개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금융사-기타산업 연결하는 금융 데이터 거래소

자료:금융보안원

자료:금융보안원

금융보안원은 개방형의 ‘금융분야 데이터 거래소’ 구축 계획을 이날 공개했다. 금융회사와 기타 산업(통신·유통 등)을 연결해 비식별조치를 한 금융정보를 사고팔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해외에도 데이터 거래소가 있다. 미국엔 2500개가 넘는 ‘데이터 중개상’이 데이터를 유통·거래한다. 중국은 2014년 정부 주도로 빅데이터 거래소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데이터 거래소가 구축되면 금융회사는 비금융정보를 결합해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보험사의 차량 사고처리 정보와 자동차회사의 차량별 안전장치 정보를 결합하면 안전장치 부착 여부가 사고 피해규모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보험사는 안전장치에 따라 자동차보험료를 깎아주는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금융보안원은 올해 말까지 데이터 거래소를 열고 시범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본 서비스는 2020년 상반기 중 실시된다.

신용정보법 국회 통과는 언제나 되나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이제는 데이터 혁신의 급류 속에 함께 노를 저어 앞으로 나갈 때”라며 “금융분야 빅데이터 인프라 개방이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빅데이터 혁신을 위해서는 법 개정 작업이 필수다. 금융 데이터 거래소가 본격 운영되려면 중간에서 데이터를 필요한 형태로 가공해주는 ‘데이터 전문기관’이 필요한데, 이를 만들려면 신용정보법부터 개정돼야 한다. 이른바 ‘데이터 혁신 3법’인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국회 공전으로 제대로 논의조차 못 되고 있다.

데이터 혁신이 사업에 필수인 핀테크 업체들은 개정안 통과를 절실히 요구했다. 이날 행사에 토론자로 참석한 장한솔 레이니스트 PMO는 “민간이 주도해 데이터 혁신 서비스를 창출하려면 신용정보법 개정안 통과가 꼭 필요하다”며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조급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무위원회 내부에서는 신용정보법 개정에 대해 여야 모두 이견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도 이날 축사를 통해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은 신용정보법의 조속한 통과”라며 “국회가 열리는 대로 마음을 합해서 금융빅데이터 강국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장외에서는 시민단체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실련, 참여연대 등이 포함된 진보네트워크는 지난달 30일 “폭주하는 데이터 활용 정책, 개인정보가 위험하다”는 성명을  냈다. 진보넷은 “마이데이터사업이 도입되면 개인 정보 침해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고지 없이 기업이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유도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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